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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연탄 배달왔어요 [동아일보 1면]

“사랑의 연탄 배달왔어요”…사랑의 溫氣가 차곡차곡

사진설명=김성수 푸르메재단 이사장이 자원봉사 중학생들과 함께 연탄을 나르고 있다.

[동아일보]

“밤마다 자다가 죽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데 죽더라도 따뜻한 방에서 죽을 수 있어 정말 다행이야.”

홍윤열(81·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할머니는 “연탄을 보니까 추운 줄 모르겠다”면서 몇 개 남지 않은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6일 오후 썰렁한 홍 할머니의 단칸방에 연탄 2, 3장씩을 든 10여 명이 찾아왔다. 이들은 사단법인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 직원, 푸르메재단 관계자,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인 ‘프랜드 케어’ 관계자, 문래동사무소에 자원봉사를 나온 중학생 3명 등이었다.

이들은 연탄을 실은 트럭이 다닐 수 있는 길에서 30여 m 떨어진 홍 할머니의 방까지 골목길을 돌아 연탄을 나르느라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홍 할머니는 미리 연락을 받고 연탄을 쌓아 놓을 곳을 마련하기 위해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에 있는 짐을 2, 3평 남짓한 방에 모두 들여놓았다. 방에는 치워진 냄비와 그릇이 놓여 있었고 방 입구에는 골판지 상자와 신문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홍 할머니는 종이를 주워 팔아 생계를 꾸려 나간다.

할머니는 42세에 혼자가 됐다. 5남매를 모두 병이나 사고로 먼저 떠나보낸 할머니는 지병을 앓던 남편마저 잃고 인생의 절반을 홀로 살았다. 중풍기가 있는 할머니는 걸음이 부자연스러웠다. 연탄으로 냉골에 불을 지피는 것마저 이웃이 도와줘야 할 형편이다.

이들 단체 회원과 자원봉사자들은 동아일보,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 푸르메재단이 함께 제공하는 ‘사랑의 연탄’ 300장을 1시간가량 힘겹게 날랐다.

앞치마를 두르고 연탄을 나르던 푸르메재단 김성수(金成洙·성공회대 총장) 이사장은 “결혼식 주례를 서고 3만5000원짜리 점심을 먹고 왔다”면서 “‘이 돈이면 할머니 같은 분들이 한 달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데…’라는 생각에 음식이 목에 걸린 듯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동아일보 2005-12-07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