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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연탄]성남 외국인노동자의집 “이국살이 설움 풀려” [동아일보 2005-12-19]

 [사랑의 연탄]성남 외국인노동자의 집 “이국살이 설움풀려”

[동아일보 2005-12-19 04:23]

 

《“하나 둘, 하나 둘…. 떨어뜨리면 안 돼요.” 눈을 뜨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친 17일 낮 12시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2동 ‘외국인 노동자의 집’ 마당. 15명의 시민과 학생이 줄지어 연탄 한 장 한 장을 조심스럽게 옮겼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가까이 되는 강추위였지만 어느새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고 머리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이날 동아일보와 푸르메재단은 사단법인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과 함께 성남 외국인 노동자의 집에 연탄 2000장을 전달했다.》

 

이번 행사에는 푸르메재단 강지원(姜智遠·변호사) 공동대표와 연탄 나눔 운동의 이호형 사무국장, 대안학교인 서울성남시 분당의 이우학교 학생들이 연탄배달원으로 나섰다.

성남 외국인 노동자의 집에는 모두 80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숙식을 제공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집 대표 김해성(金海性) 목사는 “지난해 겨울까지 석유보일러와 전기온돌로 겨울을 났다”며 “매달 난방비만 200여만 원이 드는데 불법체류자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해 겨울마다 난방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을 전해 들은 푸르메재단은 외국인 노동자의 집에 연탄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김 목사는 곧바로 연탄난로를 구입했다.

김 목사는 “연탄 제공 소식을 듣는 순간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면서 “이제 혹한도 무섭지 않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연탄을 나르기 시작한 지 30여 분이 지나자 처음에는 이방인들을 경계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연탄 배달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10년째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방글라데시인 A(31) 씨는 “비록 날씨는 춥지만 앞으로 따뜻하게 지낼 생각을 하니 마음만은 훈훈하다”며 “다들 이렇게 열심히 나르는 모습을 보니 힘이 난다”고 말했다.

푸르메재단은 20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또 다른 외국인 노동자의 집에도 연탄 2000장을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이 시민들의 참여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릴수록 연탄의 소중함은 더욱 절실해지기 마련. 지금까지 1000여 명이 사랑의 연탄을 받고 싶다고 신청했다.

또 연탄 기부에 참여하겠다며 성금을 보내온 ‘천사’는 현재까지 400여 명. 이름조차 밝히길 꺼리는 이들이 보내온 성금 2000여만 원은 연탄 6만6000여 장을 살 수 있는 돈이다.

이 정도의 연탄이면 220여 가구가 겨울 내내 집안을 온기로 가득 채울 수 있다.

우리은행과 보령제약 등 기업의 자원봉사도 줄을 잇고 있다.

푸르메재단 강 대표는 “연탄이 필요한 사람이 너무 많은데 자원봉사자와 연탄을 운반할 트럭이 부족해 제때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트럭을 가진 분들이 이 운동에 많이 동참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은 연탄 500만 장을 1만7000여 가구에 전달할 예정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