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연탄 100만장… 달동네가 훈훈하네요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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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에는 매서운 추위로 거리가 한적했던 7일 오전 10시경. 서울 노원구 월계4동 녹천마을은 귀마개와 장갑 등으로 중무장한 자원봉사자 160여 명이 몰려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이들은 뿌연 입김을 연방 내뿜으며 연탄 한장 한장을 조심스럽게 날랐다. 이날 녹천마을에는 저소득층 27가구가 올겨울을 훈훈하게 보낼 수 있는 연탄 5000장이 쌓였다.》

‘사랑의 연탄’을 배달한 사람은 강정원(姜正元) 은행장, 김동원(金東源) 부행장 등 국민은행 임직원. 국민은행은 본보와 푸르메재단, 사단법인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이 벌이는 연탄 나눔 운동에 연탄 100만 장을 구입할 수 있는 3억 원을 기탁했다.

국민은행 임직원 1070명은 이날 녹천마을 등 서울 25개 지역 120가구에 연탄 3만5000장을 직접 배달했다. 나머지 연탄 96만5000장은 설 연휴 전까지 저소득층 가구에 배달될 예정이다.

자원봉사자의 서툰 손놀림은 이내 익숙해져 두 시간 만에 텅 비어 있던 각 집의 창고가 100∼200장의 연탄으로 가득 찼다.

20만 원짜리 월세방에서 몸이 불편한 막내아들과 살고 있는 이득순(78) 할머니는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움켜잡으며 연방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하다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홀로 사는 박병선(66) 씨는 “문틈으로 새 들어오는 황소바람 때문에 이불을 몇 겹씩 덮어도 늘 한기가 가시지 않았다”면서 “연탄 한 장 마음 놓고 때지 못했는데 수북이 쌓인 연탄을 보니 온몸이 따뜻해 진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직원 유지영(25·여) 씨는 “춥고 팔도 저리지만 가슴은 따뜻하다”면서 “연탄 배달에 다시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 행장은 “동아일보 보도를 보고 사랑의 연탄 나눔에 참여하게 됐다”며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분이 많다는 것을 절감했으며 이 행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각 지역본부의 직원 800∼900명이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이를 5000명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사내 봉사활동 단체에 연간 1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푸르메재단 강지원(姜智遠·변호사) 공동대표는 “우리 사회에 어렵게 사는 분들이 많다는 것에 모두 함께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말 시작된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에 참여한 시민은 지금까지 모두 1000여 명. 이들이 낸 성금 6000여만 원으로 산 연탄 20만 장은 독거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 2000여 가구에 전달됐다.

또 한국투자신탁 직원 2000여 명이 5000만 원을 보내왔으며 LG전자 태평양 강원랜드 등 여러 기업이 연탄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 원기준(元基俊·44) 사무총장은 “2004년에 4억여 원을 모금했는데 지난해 12월에만 7억4000여만 원의 성금이 답지했다”며 “연탄 나눔 운동이 사회봉사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은 설 연휴 전까지 500만 장의 연탄을 1만8000여 가구에 전달할 계획이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동아일보 2006-01-09 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