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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가 나서라 [동아일보]

[기고]선진국형 24시간 재활병원 확충 …치유하자
고정욱(소설가·아동문학가)

지난달 푸르메재단과 큰날개 등 장애인단체 실무자들과 함께 일본의 재활 복지시설 현황을 둘러보았다. 오사카 시가 24개 구마다 1개씩 갖춘 재활병원은 우리로서는 정말 부러운 것이 아닐 수 없었다.

 

당신에게 어느 날 교통사고가 일어났다고 상상을 해 보자. 아니, 뇌출혈이 발생해 갑자기 신체의 반을 못 쓰게 되었다면 가장 먼저 갈 곳은 병원 응급실일 것이다. 수술이라든가 응급치료의 조처가 끝나면 그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장애 입은 몸을 추슬러 회복하는 것인데 대개 교통사고나 뇌출혈 등은 그 회복기간이 길 뿐 아니라 재활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세계 11위의 무역대국인 한국에서 이 재활 훈련을 받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만큼 어렵다. 현재 국내 장애인 가운데 지속적으로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은 140만 명이 넘는다.

 

또 교통사고와 뇌중풍(뇌졸중) 등 후천적인 이유로 장애인이 되는 사람은 매년 30만 명가량 된다. 그러나 재활병원이 턱없이 부족해 이 가운데 2% 정도의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 장애인이 한 명 생기면 결국 나머지 가족 구성원까지 거기에 매달리게 돼 온 가족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재활병원이 모자라다보니 기한을 정해 놓고 입원을 받기 때문에 수많은 장애환자가 전국의 병원을 떠돌며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상상이 되는가? 지금이 6·25전쟁 때와 같은 전시(戰時)도 아닌데 수많은 환자가 자신의 몸을 의탁하기 위해 방방곡곡을 헤매는 모습이….

 

병원이 부족한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장애를 개인적인 불행으로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가 확률의 문제라면 누군가는 반드시 당하기 마련이고, 그것이 나일 수도 있기에 이런 무책임한 방임의 철퇴는 언젠가 내 머리에 떨어질 수 있다.

 

일본 고베 시의 사례는 모범이 될 만하다. 1977년 고베 시장은 유럽의 복지타운을 보고 와서 관내에 이런 시설을 짓기로 결정했다. 1988년에 개장한 종합복지타운 행복촌 안에는 장애인, 고령자를 위한 사회복지시설은 물론이고 재활병원까지 자리 잡고 있었다.

 

고베 재활병원은 180병상 규모였다. 시설은 뇌중풍과 뇌경색 환자 중심이었는데 환자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마치 수업을 듣듯 재활 훈련과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환자 주변에 가족이 전혀 없고 모두 의료진이 환자를 전담한다는 사실이었다. 이 병원에 평균 3개월을 입원하면 가정에서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했다. 220여 명의 직원과 간호사 70여 명의 엄청난 고용 창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양극화 해소는 꼭 가난의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고통을 당하고 있는 장애환자에게 관심을 쏟는 것도 그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가족과 간병인 대신 의료진과 자원봉사자가 환자를 24시간 보호하게 될 선진국 형태의 재활병원 건립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민간단체와 손잡고 재활병원을 지어 운영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고용 창출이기도 해서 머뭇거릴 일이 아니다.

 

[동아일보 2006-03-17 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