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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우리도 박수받는 기부 늘었으면 2006-06-30

[동아일보 기고/백경학]우리도 ‘박수 받는 기부’ 늘었으면

세계 최고의 부자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이 260억 달러(약 25조 원)를 기부해 찬사를 받더니 그의 친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도 이에 뒤질세라 370억 달러(약 35조 원)를 자선기금으로 내놓았다. 평생 모은 재산의 85%로, 올해 서울시 예산(15조 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부자라고 돈이 아깝지 않으랴. 버핏 회장은 3000만 원짜리 집에서 5년 된 중고차를 타며 점심 값과 이발비로 2만 원 이상을 쓰지 않는 자린고비다. 기부한 곳도 자기 재단이 아니라 게이츠 부부의 재단이다. 그는 15년 넘게 게이츠 회장을 지켜보면서 그의 진실성에 감동해 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버핏 회장의 결단에 동감한 미국 부자들이 잇달아 기부를 준비하고 있다니 기부도 ‘전염성’이 강한가 보다.

 

이런 기부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사회적 물의에 대한 속죄의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재산을 미련 없이 내놓고 박수를 받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이 점에서 미국 부자는 돈의 가치를 아는 부자다.

 

몇 년 전 독일에서도 기부가 화제가 됐다. 건실한 중소기업을 30년 동안 이끌어 온 노사장이 은퇴하면서 지역사회에 재산을 기부하고, 몸이 불편한 중국인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그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들이 둘이지만 큰아들은 회사를 말아먹을 것이요, 둘째는 능력이 나와 비슷하다. 중국인 직원은 회사를 크게 성장시킬 것으로 확신했다”며 “당신이라면 누구에게 회사를 물려주겠느냐”고 반문했다 한다. 그 기사를 다룬 한 독일 신문은 ‘당신은 못난 자식에게 유산을 남겨 주겠는가’라는 제목을 달았다.

 

최근 우리 사회에도 삼성과 현대자동차의 기부가 이어졌다. 둘 다 자식에게 편법으로 재산을 물려주려다 물의를 일으킨 경우다. 이들 그룹의 총수가 겪은 고통을 이 땅에 사는 장애환자들을 위해 승화시킬 수는 없을까. 이번 기회에 박수 받으며 기부하는 전통을 세우자. 부자가 존경받는 풍토 말이다. 재산을 사회에 기부한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죽은 후에도 부자인 것처럼 부끄러운 일은 없다”고 했다. 미국 부자와 한국 부자의 차이가 줄어들기를 기대한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 CBS, 동아일보 기자로 1996년 해외연수 중 교통사고를 당해 부인이 한쪽 다리를 잃었습니다. 그 후 장애인 재활을 위한 푸르메재단에서 일하다 최근 교통사고 피해보상금을 받아 절반(10억 원)을 재단에 기부했습니다.

 

 

입력2006.06.30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