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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엄마, 잘린 다리는 다시 자라면 되잖아요” [노컷뉴스]2006-6-15

“엄마, 잘린 다리는 다시 자라면 되잖아요”

[푸르메 재단]백경학, 황혜경 부부, “장애는 ‘나에게만’ 온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온 것”

 

 

 

 

 

 

 

 

 

 

 

 

 

“잘려진 나뭇가지가 또 자라나듯이 우리 엄마 다리도 점점 자라날 거예요”

얼마 전 교통사고 보상금 9억원을 선뜻 기부해 화제가 됐던 황혜경(40) 씨와 <푸르메 재단>의 이사인 남편 백경학(42) 씨가 CBS TV <정범구의 시사토크 누군가?!>에 출연해 사고 이후 ‘장애인’으로 살아온 지난 8년간의 좌절과 극복과정을 털어놨다.

황혜경 씨는 “8년 전 사고 당시 어린 딸은 엄마가 다시 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딸 민주는 ‘슬퍼하지 마세요. 우리 엄마 다리는 다시 자라나면 되잖아요, 잘려진 나뭇가지가 또 자라나듯이 우리 엄마 다리도 곧 자라날 거예요’라고 말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나뭇가지가 또 자라나듯 엄마 다리도 곧 자랄 거예요

사고 당시 일곱 살 배기였던 딸 백민주 양은 병실로 찾아와 황혜경 씨의 잘린 다리를 보고 슬퍼하는 손님들을 오히려 위로했다.

황 씨는 “옆에 있던 딸의 친구도 ‘맞아요. 텔레비전에서 보았는데 도마뱀도 꼬리가 잘리면 또 자라나요’라면서 맞장구를 쳤다”고 말했다.

8년 전, 황혜경 씨는 남편의 독일연수를 따라갔다가 귀국하기 전 영국여행을 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을 땐 이미 다리 한 쪽이 절단된 상태였다.

장애는 ‘나에게만’ 온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온 것

황혜경 씨는 “모든 게 원망스러웠다. 이런 장애가 왜 나한테 왔지, 내가 무슨 죄를 그리 많이 지었지,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이런 생각으로만 1년을 보냈다. 하지만 그 후에 생각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것은 ‘나에게만’ 온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온 것이었다. 길을 가다 만나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것, 누구나 태어나고 밥을 먹고 또 다음 날을 맞는 것처럼 고통도 나에게 자연스럽게 온 것임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환자의 부름에 늘 응답할 수 있는 재활병원 만들 것

독일과 영국에서 1년간 재활치료를 받고 귀국한 황혜경, 백경학 씨 부부는 국내재활의료의 열악한 현실을 깨닫고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3월, 남편 백경학씨는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재단 이사장), 강지원 변호(대표), 박원순 변호사(이사) 등과 함께 재활전문병원 건립을 위한 <푸르메재단>을 발족시켰다. 장애인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재활병원’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

백 씨는 “우리가 구상하고 있는 병원은 적어도 150병상이 되는 종합병원이다. 병상 당 2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 부지를 제외하고 330억 정도면 150명의 환자들이 저층의 건물에서 환자의 부름에 늘 응답할 수 있는 의료진의 간병을 받을 수 있는 아름다운 병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애는 개인의 문제 아닌 ‘사회적 문제’

특히 ‘장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백경학 씨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이런 것이다. 선진국은 적어도 의료, 교육 같은 것은 국가가 책임져준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불행은 개인의 문제일 뿐이다. 불행이 생기면 온 가족이 운명이라 받아들이며 그것에만 매달려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오사카 시는 지자체에서 50%, 중앙정부에서 45%, 지역주민들이 5%를 모아 ‘오사카 재활병원’을 지었다.

또 독일 뮌헨시 인근 재활병원도 BMW 자동차회사에서 자동차로 인한 장애환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지겠다며 매년 일정 기금을 내놓고 있고, 뮌헨시는 부지를 내놨다”고 말했다.

파주 영어마을에 ‘장애인 마을’을 만들자

그러나 국내 사정은 달랐다. <푸르메재단>은 재활병원 부지 선정과 관련해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도 지사를 만나 면담을 가졌었다.

백 씨는 “영어마을은 경기도 곳곳에 있지만 장애인 마을이나 장애인 복지타운은 없다. 8만 5천 평인 파주의 영어마을 한 쪽 구석에 만 평 정도의 장애인 마을을 만들고 병원을 만들자, 그러면 영어를 배우러 온 학생들이 단순히 영어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어려운 이웃이 어떤 사람들이고 장애인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것 자체가 좋은 학습효과가 될 것”이라며 하나의 방법을 제시했다.

서울시나 경기도에선 아직 대답 없어

하지만 반응은 썰렁했다. 백 씨는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는 아직 결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관심은 있지만 장애인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나 경기도에서 병원을 지을 수 있는 부지를 빌려주기만 해도 장애환자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어 “경기도에 있는 병원을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환자 전문병원, 부산에 있는 병원은 뇌졸중 전문병원, 이런 식으로 권역별로 특허를 내서 병원을 세울 수 있다면 우리사회의 의료서비스는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에 선출된 새로운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에게 지속적으로 제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거리엔 장애인들이 없다?

사회활동을 하는 장애인들이 늘어나면서 장애인은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라며 애써 외면해왔던 사람들의 편견은 점점 변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 바깥나들이는 여전히 넘기 어려운 벽이다.

황 씨는 “외국은 휠체어를 타고 의족을 끼고 걸을 수 있도록 해주는 편의시설들이 잘 되어있다. 어느 화창한 날에 휠체어를 타고 백화점에 갔는데 휠체어를 타고 나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 휠체어 탄 사람들이 무슨 시위를 하러 나온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그냥 햇볕이 좋아 모두 나온 것이었다. 그것은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우리나라에 오니 아무도 없었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도, 지팡이를 집은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렵다. 여기를 나가면 계단을 몇 개 걸어야 하는구나, 경사로가 없구나, 이런 생각에 밖에 나가는 것은 하나하나가 도전과제”라고 설명했다.

장애인들의 기본적인 ‘이동권’부터 보장하라

‘살아있는 비너스’라 불리며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구족화가 ‘앨리슨 래퍼’는 장애인들 스스로도 직업과 수입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백경학 씨는 “그녀는 어릴 때부터 활동보조인이 있었고 집에는 파출부가 있었고 아이를 돌보는데 도와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조그만 화실도 내고 그림을 팔면서 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의 장애인들의 실상은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앨리스 래퍼라는 사람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영국 사회보장제도의 힘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 장애인들이 기본적인 이동권 조차 보장받지 못한 상태에서 어떤 소득을 가질 수 있다, 직업을 가질 수 있다, 어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먼 미래 얘기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그런 턱들을 없애고 장애인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본 여건을 갖춰주지 않고는 장애인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고 항상 저소득층으로 자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프로그램은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412번 채널)과 각 지역 케이블방송을 통해 6월 16일(금 낮 12시), 17일(토 오전 11시), 18일(일 밤 10시) 세 차례 방송된다. 인터넷 www.cbs.co.kr를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도 있으며 방송 후에는 인터넷 주소창 누군가 로 접속해 VOD를 볼 수 있다.

CBS TV본부 최영미 작가 ympro7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