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장애·뇌졸중 60대 부부, 3억원 상당 토지기부 화제

장애·뇌졸중 60대 부부, 3억원 상당 토지기부 화제

[노컷뉴스 2006-08-31 16:18]

교통사고 피해보상금 절반 사회기부 황혜경씨 사연 접하고 흔쾌히 기부 동참

뇌졸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아내를 2년 넘게 뒷바라지 해 온 60대 남성이 아내와 같은 장애인을 위해 재활전문병원을 건립해 달라며 3억원 상당의 토지를 기부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사는 이재식(63)씨. 젊은 시절 군에서 다리를 다쳐 평생 장애 3급으로 살아온 이씨가 정작 장애인의 어려움을 실감한 것은 아내 양남수(54)씨가 2년전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부터다.

2년여 기간 동안 아내 곁을 지켜온 이 씨는 "자신이 장애인이 돼야만 장애인의 어려움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장애인을 위한 병원이 별로 없었다"면서 장애인의 어려움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평소 장애인 재활병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던 이 씨 부부가 기부에 동참하도록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은 우연히 접한 한 개인의 기부 소식이었다.

8년전 영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뒤 장기간의 소송 끝에 받은 피해보상금의 절반을 사회에 내놓은 황혜경 씨의 사연이었다.

황씨의 사연을 접한 아내 양씨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여보, 우리도 기부합니다. 89년에 여유있을 때 사 놓은 땅이 있잖아요."

양씨는 "남편이 자신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해줘 고맙고 기뻤다"면서 또 다른 한마디로 주위를 숙연케 했다. 양씨는 "지금은 몸이 불편하지만 건강을 되찾으면 푸르메재단이 세운 병원에서 다른 사람에게 봉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씨 부부는 31일 푸르메재단을 방문해 평택시 안중면 소재 427평의 토지를 병원 건립에 사용해 달라며 기부했다.

이재식 씨는 "한 사람의 기부 소식을 접하고 우리 부부가 기부에 동참했듯이, 우리의 작은 기부를 지켜보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기부에 동참하는 사람이 나와 하루 빨리 장애인을 위한 전문재활병원이 건립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CBS사회부 최경배 기자 ckbest@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