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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명예훼손 위자료 푸르메재단 기부한 김정애씨

명예훼손 위자료 푸르메재단 기부한 김정애씨

[한겨레 2006-09-26 19:33]

“사소한 아파트 운영서도 주민 명예 무시 없어야”

 

지난해 말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눈에선 ‘독기’가 채 빠지지 않은 상태였다. 김정애(55·서울 강남구 대치2동)씨는 자신이 살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ㅇ아무개 회장을 상대로 명예훼손소송을 벌여 승소한 상황이었다(2005년 11월18일 28면). 2002~2004년 은마아파트에서 통장을 맡고 있던 김씨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석해 ㅇ회장과 갈등을 빚다 난동을 부렸다는 이유로 아파트에 자신의 잘못이 적힌 게시물이 나붙는 모욕을 당했다. 얼마 뒤 통장직도 잃었다. 분을 이기지 못한 김씨는 소송을 냈고 재판이 종결되기까지 1년여의 시간을 ‘투쟁의 나날’로 보냈다. 당시 그는 법정싸움에선 일단 이겼지만 전혀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송사로 지쳐 있었고 주민들과의 관계도 회복되지 않았다.

그 뒤로,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형사소송 뒤에도 마음에 박힌 ‘가시’가 빠지지 않아 괴로웠다고 했다. 명예회복을 위한 통장 복직 활동도 수포로 돌아갔다. 그는 다시 민사소송을 냈고, 지난 13일 서울고등법원은 이아무개 회장으로 하여금 김씨에게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고 사과문을 아파트 게시판에 붙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는 그동안 가장 듣기 싫었던 게 ‘참으라’는 말이었다고 했다. 김씨는 각종 법률 서적을 뒤적이던 중 우연히 발견한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하지 않는다’는 말 한마디가 가장 큰 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얼마나 많습니까? 재건축처럼 이해가 첨예한 문제나 입주자회의 운영 등을 두고 갈등이 끊이지 않는데,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고 해도 주민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된다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는 위자료 200만원은 정말 피땀 흘려 얻은 돈이니만큼 다른 사람을 위해 값지게 쓰고 싶다고 했다. “신문을 보면서 안타까운 사연, 가슴이 훈훈한 소식을 많이 접하지요. 얼마 전에 땀흘려 번 돈 1천만원을 유학가기 전에 푸르메재단에 기부하겠다는 20대 여성(〈한겨레〉8월2일치 17면)나 영국에서 교통사고 피해보상금으로 받은 돈 10억원을 내놓은 40대 여성(6월3일치 9면)의 얘기가 가슴을 울렸어요. 이들에 비하면 작은 돈이지만 저도 푸르메재단에 이 돈을 보태고 싶습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