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장애아도 치료해주는 곳 있다는 희망주고파”

“장애아도 치료해주는 곳 있다는 희망주고파”

 

소아마비 딛고 ‘푸르메 장애재활센터’ 무료 한방진료 나선 허영진 원장

“장애 어린이를 무상으로 치료할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해요. 경제문제 등 여건이 안돼 치료를 할 수 없었던 장애아 부모들에게는 그것이 곧 우리 사회가 주는 한 줄기 희망이 되기 때문이죠.”

푸르메재단이 21일 여는 ‘한방 장애재활센터’에서 무료 한방 진료를 맡은 허영진(38·사진) ‘사랑과희망’ 한의원 원장이 선뜻 이 일에 나선 이유다. 허 원장은 매주 화·목·금요일 오전 10~12시 서울 종로구 신교동 ‘장애재활센터’에서 진료를 하게 된다. 이 시간 동안 허 원장이 운영하는 한의원은 잠시 문을 닫는다. 그는 “장애 어린이 치료는 일주일에 두 번은 해야 하는 만큼,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매주 월요일은 부모를 위해 ‘집에서 할 수 있는 마사지 방법’ 교육도 실시한다.

허 원장은 생후 9개월 때 소아마비에 걸려 지금도 목발을 짚고 다니는 2급 장애인이다. 허 원장 자신이 누구보다 장애 어린이들의 어려움을 잘 안다. 그는 “뇌성마비 등 장애 어린이들이 모두 걷을 수 있으면 제일 좋지만, 말하기·쓰기 등 ‘독립생활’을 할 수 있게 조기 치료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허 원장도 소아마비로 목을 가누지 못하고 제대로 앉아있을 수도 없었으나, 조기 치료를 통해 걷기를 빼고는 대부분 가능해졌다. 불편하긴 하지만 혼자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허 원장은 2000년부터 8년째 정립회관, ‘라파엘의 집’ 등에서 장애아 무료 진료를 해왔다. 그는 “혼자 서지도 못했던 어린이가 꾸준한 치료 끝에 걸을 수 있게 됐을 때 뭐라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며 “그 동안 500여명의 장애 어린이를 치료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부모의 입장에서 성심껏 진료하겠다”고 말했다.

장애재활센터 진료 대상은 △만5살 미만의 뇌성마비 △만7살 미만의 인지언어장애(자폐증, 정신지체) 어린이 등이고, 예약은 푸르메재단(02-720-7002)으로 하면 된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