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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개원 한달 장애인 치과, 더 베풀고 싶어도

개원 한달 장애인 치과, 더 베풀고 싶어도

 


이른 아침부터 사무실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장애인 치과 개원 소식을 듣고 너무 반가워 일요일 내내 ‘푸르메나눔치과’를 찾아 서울 시내를 헤맸다는 내용이었다. 지체장애 1급인 형님을 모셔오기에 앞서 치과 위치를 확인하러 청주에서 먼저 서울에 올라왔다는 것이다. “주말이라 통화는 안 되고 속만 태웠다”고 하소연했다.

장애인 전문 치과를 개원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장애인 전문 치과라고 하지만 진료용 의자가 겨우 두 대로 동네치과보다 규모가 작다. 장애인 진료를 위한 특수 장비도 아직 갖추지 못했다. 자원봉사 의료진의 열의를 제외하면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이 없는데 환자들은 고맙게도 계속 찾아온다. 얼마나 많은 장애인이 치과 진료에 목말랐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환자들이 치과를 찾을 때 가장 걱정하는 건 역시 비용 문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생활에 필요한 틀니 등 보철기구가 고가일뿐더러 보험 적용도 안 되는 탓이다. 대부분 참을 만큼 참다 어쩔 수 없이 치과를 찾는다. 그러다 보니 간단한 치료로 끝나는 경우는 없고, 고가의 보철기구가 필요하다. 푸르메나눔치과에서는 의료진의 자원봉사로 절감된 인건비를 치료 지원비로 돌리고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보철기구는 ‘그림의 떡’이다. 어떤 분은 “혜택을 준다더니 겨우 이거냐”라며 화를 내기도 하고 어떤 분은 “장애인을 내세워 돈을 버느냐”고 목청을 높이기도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속상하기도 하지만, 그분들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건 아니다. 장애인 치과를 그토록 기다려온 기대에 비하면 치료비 혜택도, 전문 기자재도 턱없이 부족하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누워서 찍을 수 있는 디지털 파노라마 X선 검사 비용이 너무 비싸서 X선 사진이 꼭 필요한 환자에겐 다른 곳에 가서 찍어오라고 할 때 얼굴이 화끈거린다.

발바닥에 땀이 나게 기업을 쫓아다니며 장애인 환자들을 위한 기금을 개설해 달라고 제안해 보지만 선뜻 동참하는 기업이 없다. 장애인의 치아 치료보다 시급한 문제가 많고 장애인을 지원해도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는 뜻일까.

발달장애 어린이가 온 적이 있다. 얼마나 무서웠는지 울다 지친 아이는 어른 다섯 명의 손을 뿌리치고 달아나 버렸다. 소아치과에서 공포감을 덜기 위해 사용하는 웃음가스(N2O)만 있었더라도 아이를 진정시키는 데 훨씬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부족한 예산으로 개원을 한 게 미안했다.

얼마 뒤 아이와 엄마가 다시 치과를 찾았다. 일반 치과에는 갈 엄두가 안 난다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 진료를 거부하고, 설령 받아준다 해도 다른 환자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아이 어머니는 “그래도 여긴 장애인 치과니까 우리 애가 어떤 행동을 해도 모두가 이해해 주지 않겠느냐”며 눈물을 보였다. 우리가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해 본다.

전미영 푸르메재단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