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시각장애 마라토너 차승우씨 “마음으로 앞만보고 달렸다”

 시각장애 마라토너 차승우씨 “마음으로 앞만보고 달렸다”

입력: 2007년 08월 28일 18:23:35시각장애인 마라토너가 마라톤(42.195㎞)의 2배가 훨씬 넘는 100㎞를 15시간에 걸쳐 완주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화제의 주인공은 차승우씨(43).

 

차씨는 어렸을 때부터 눈이 잘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시각 장애인이었고 아버지는 큰 수술을 받아 몸이 약했다. 처음에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따른 영양부족 탓으로 여겼다. 그러나 16세 때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한 결과 시신경위축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차씨는 어려운 가정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조그만 섬유회사에 취직했다. 하지만 바늘에 실을 꿸 수가 없었다. 이후 88년 아버지가 타계하고 2001년에는 어머니마저 여의고 난 뒤 지독한 외로움에 빠졌다.

차씨가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마라톤에 도전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2001년. 자신도 앞이 잘 보이지 않으면서 더 장애가 심한 이용술씨를 만나고 난 뒤였다. 차씨는 그와 함께 여의도 주변을 뛰는 것으로 마라톤 세계에 처음 발을 디뎠다.

차씨는 매주 두세차례씩 서울 남산 산책로에서 열심히 연습했고 각종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지금까지 100㎞ 울트라 마라톤 4회 완주, 마라톤 풀 코스 29회 완주 기록을 가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한강을 건너는 수영대회도 완주했으며 철인3종 경기에도 참가하는 등 만능 스포츠맨으로 변신했다.

그는 “마라톤을 시작하기 전에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며 “완주하는 것도 뿌듯하지만 마라톤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 부대끼면서 생각 자체가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차씨는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마라톤 동호회의 도우미가 잡아주는 끈에 의지해 달린다. 그는 “강화 대회에서도 세 분의 도우미가 큰 도움을 줬다”며 “도우미가 없었다면 마라톤을 시작할 엄두도 못냈을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그의 다음 목표는 다음달 20일 열리는 호주 시드니 마라톤 대회다. 재활병원사업을 하는 푸르메재단의 후원을 받아 맹연습중이다. 그는 “앞으로 사막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보고 싶다”며 “아버지의 고향인 평양에서 달려보는 것이 마지막 꿈”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한대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