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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풍선에 띄워 보낸 장애아들의 소망

“귀가 잘 들리게…” “치료 꼬박꼬박 받도록…” 

푸르메재단 주최 재활치료 졸업여행

2008-03-03

오전 8시40분쯤 겨울 바람이 매서운 경남 거제시 몽돌해수욕장에 한 무리의 아이들이 들어섰다. 두꺼운 점퍼와 솜바지로 온몸을 꽁꽁 싸맨 아이들은 저마다 손에 색색의 풍선을 들었다.
“자, 셋을 세면 풍선을 하늘로 날리는 거예요.”
이들을 인솔한 ‘푸르메재단’ 직원 이재원(34)씨가 “하나, 둘, 셋!” 소리치자 아이들은 일제히 손에 쥔 풍선을 놓았다. 하늘로 솟아오르는 풍선꼬리에는 아이들의 소원을 담은 하얀 쪽지가 매달려 있었다.
‘귀가 잘 들리게 해주세요. 동생 민이도 빨리 낫게 해주세요.'(최아람·여·8)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주세요.'(전아영·여·10)
‘아빠의 새 일이 잘 돼서 치료를 꼬박꼬박 받고 싶어요.'(안지영·여·7)
‘소망풍선 날리기’ 행사에는 모두 일곱 가족이 참가했다. 후원자 자격으로 참석한 최현지(12·경기 부천시)양 가족만 빼고는 다 장애자녀를 둔 가족이다.

 ▲ 졸업여행을 떠난 푸르메재단 재활치료 1기생 아이들. 지난달 거제도 몽돌해수욕장에서 청각장애아동 최아람(왼쪽)과 최보람(오른쪽)양이 소원이 적힌 풍선을 하늘로 띄울 준비를 하고 있다. /이영민 기자ymlee@chosun.com

여행에 참여한 장애아동 9명은 지난해 9월 푸르메재단이 시작한 ‘한방 재활치료’ 프로그램의 1기 동기생들이다. 6개월 동안 계속된 재활치료는 2월 말 끝났다. 푸르메재단은 장애아동들의 재활전문병원을 짓기 위해 2005년 설립된 복지단체로, 재활치료 1기생 아이들의 ‘졸업’을 축하하는 뜻에서 이번 여행을 마련했다.
‘귀가 잘 들리게 해달라’는 소원을 적은 아람이네는 쌍둥이 자매인 아람·보람(8)과 막내 민(3)이까지 모두 청각장애다. 전순걸(47·경기 과천시) 부부가 2000년 입양한 둘째 딸 아영(10)이는 선천성 뇌기능 장애를 앓고 혼자 힘으로 풍선을 날리지 못한다. 아영이를 대신해 어머니 신주련(47)씨는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주세요’라고 소원을 적었다.
푸르메재단 백경학 상임이사는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지만 소망을 적은 쪽지를 날리는 걸 보면서 가족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풍선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하늘에서 눈을 돌리지 못했다. 그때였다. 날아가는 풍선을 바라보던 아람이가 웃으며 볼에 손가락을 찔러 보였다. “정말 예뻐요…”라는 수화(手話)였다.

이영민 기자(거제) ym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