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김성수 이사장의 〈네가 있어 다행이야〉

[책읽는 경향]네가 있어 다행이야

 

 

 

고통을 삼키면 희망의 소리가 들린다

요즘 부쩍 ‘사는 게 힘들다’는 탄식 소리가 들려온다. 물질만능 사회 속에서 스트레스, 질병, 사고, 사업 실패 등 이유도 여러 가지다. 절망이 깊어가면서 극단적인 자살을 택하는 사람도 있고, 벼랑끝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아마 답답한 마음으로 ‘이게 내가 원하던 삶인가?’ 하고 매일 고통을 삼킬 것이다.

나 역시 18살에 폐병에 걸려 10여년을 누워 지냈다. 꽃다운 나이에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절망이 깊을수록 ‘다시 일어나면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수없이 다짐했다. 절망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누워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결국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주저없이 사제의 길을 택했다.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 배우 안성기씨, 얼마전 돌아가신 장영희 교수, 가수 김창완씨 등 저자 30명은 <네가 있어 다행이야>(창해출판사)에서 지금까지 겪었던 고통의 순간을 솔직하게 들려준다. 고 장영희 교수는 “삶은 어떤 때는 예기치 못한 불운에 좌절하고 넘어지고 또 어떤 때는 크든 작든 행운을 맞이하여 힘을 얻고 다시 일어서는 작은 드라마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희귀병인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이원규 시인은 몸이 굳어지는 상황에서도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는 것이고, 희망이 있는 한 그 희망을 향해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다”고 말한다.

희망과 절망도 모두 삶의 한 부분이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삶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이들은 주문한다. 고통을 삼키면 “네가 있어 다행이야”라고 말하는 희망의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온다.

<김성수 성공회 주교·푸르메재단 이사장>

입력 : 2009-07-12 17:4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