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어린 시절 ‘뚱보’가 비만치료 학회의 ‘수장’됐죠! 장두열 대한비만체

“어린 시절 ‘뚱보’가 비만치료 학회의 ‘수장’됐죠!”

 

장두열 대한비만체형학회 4대 신임 회장, 올바른 비만 개념 정립하고 국제 세미나 유치할 계획

“오늘날 인류를 가장 위협하는 ‘전염병’은 비만이다. 비만은 이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인 문제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의장이 비만의 심각성에 대해 강조하며 한 말이다. 비만이 야기하는 합병증도 한둘이 아니다. 흔히 알고 있는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부터 성장장애, 성조숙증까지 증상도 다양하다.

비만으로 야기되는 경제적 손실도 만만찮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낸 ‘비만의 사회경제적 비용 산출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한 해 국내에서 비만으로 발생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1조8239억 원. 1998년 1조17억 원보다 80% 이상 증가한 셈이다. 이는 2005년 국민 전체 의료비의 3.8%, 국내총생산(GDP)의 0.21%를 차지하는 액수다.

이처럼 문제가 많은 비만을 연구하고 그 치료에 앞장서는 단체가 있다. 4500여 명의 의사를 회원으로 둔 대한비만체형학회가 그것. 2003년 출범한 대한비만체형학회는 비만과 체형 관련 학회 중 국내 최대 규모다.

6월 대한비만체형학회 제4대 회장으로 선출된 장두열 씨를 만났다. 그는 서울 강남구 청남동에 있는 비만체형치료전문 ‘체인지클리닉’의 원장이다.

○ 병원과 학회, 두 마리 토끼를 잡다

동료 의사들은 올해 39세인 그가 큰 학회의 회장이 된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동안 그가 학회에 기울인 노력을 알기 때문이다.

장 회장은 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비만체형치료에 관한 수십 차례의 강의와 수술시연회를 가졌다. 두 가지 레이저를 동시에 사용해 지방을 효과적으로 녹이는 ‘듀얼레이저’ 등 새로운 치료법도 개발했다. 회장 취임 뒤엔 사회복지단체인 ‘푸르메재단’과 손잡고 장애인 비만치료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대만과 중국 홍콩 등 외국 의사들을 교육하는 아카데미를 열어 현재까지 20여 명의 수료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그는 학회에 관한 애착이 남달라서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 한쪽에 학회 사무실을 옮겨왔다.

장 회장은 “일선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비만체형치료를 하는 의사들의 문제점도 많이 알게 됐다”며 “학회 차원에서 회원들에게 약물 오남용이나 부적절한 시술 등을 알려 환자들이 안전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환자를 바라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

장 회장이 비만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자신의 경험 때문이다. 지금은 보기 좋은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그이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그는 교내에서 줄곧 가장 뚱뚱한 학생이었다. 소아비만이 성인이 될 때까지 쭉 이어졌던 것. 한때는 체중이 100kg이 넘었다. 지금의 몸매는 의대 시절부터 꾸준히 다이어트를 하며 관리해 온 결과물.

그는 “나도 그랬지만 살을 빼고 난 후 삶의 질이 달라졌다는 환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면서 “비만치료는 살을 뺌과 동시에 심리적인 자신감까지 되찾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병원 이름도 ‘바꾼다’는 의미의 ‘체인지(Change)’로 지은 것.

비만치료가 지방과 몸무게를 줄이는 방법이라면 체형치료는 아름다운 체형을 만드는 치료방법이다. 허벅지 등 신체 특정부위에 대해 사람들이 가진 콤플렉스를 제거해 준다. 체형치료에 있어서도 전문성은 필수. 경험이 부족하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거나 시술 부위의 피부가 늘어지는 등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 대한비만체형학회, 아시아 학회 최초로 ‘국제미용의료학회’ 가입

대한비만체형학회는 2007년 세계 27개국을 회원국으로 가진 ‘국제미용의료학회’에 아시아 국가 학회로는 처음으로 가입했다. 국제적인 학회로 인정받은 셈.

국제미용의료학회는 25년 전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4개국이 주축이 되어 만든 국제학회로 2년에 한 번씩 세미나를 열어 최신 의료기술을 함께 연구하고 공유한다. 장 회장도 7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제17차 세미나에 참석해 미용치료의 세계적인 흐름을 경험하고 돌아왔다.

그는 “앞으로 학회가 벌이는 해외 활동의 많은 부분을 국제미용의료학회와 함께 하게 될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한국에서도 세미나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비만치료에 대해 장 회장은 “캠페인 등 홍보사업을 확대해 비만과 체형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정립하고 장애인과 노약자 등에 대한 복지사업에도 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