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한국장애우들 뉴욕서 감동 마라톤 달린다 - ②

한국장애우들 뉴욕서 감동 마라톤 달린다

【뉴욕=뉴시스】노창현 특파원 = 한국의 장애우들이 세계 최대의 마라톤대회인 ‘뉴욕시민 마라톤’에서 감동의 레이스를 펼친다.

다음달 1일(이하 현지시간) 열리는 2009 뉴욕마라톤에 출전하는 한국의 장애우들은 이지선 씨(31)를 비롯해 김황태 씨(32), 김용기 씨(34 이상 지체장애), 이수완 씨(40 청각장애), 신현성 씨(48 시각장애) 등 5명이다.

이들은 사회공익재단 푸르메재단과 에쓰-오일의 후원에 힘입어 마라토너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뉴욕마라톤에 출전하게 됐다. 5명의 선수들과 푸르메재단의 백경학 상임이사, 임상준 팀장 등 스태프들은 30일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동적인 사연과 애틋한 마라톤 사랑을 털어 놓았다.

대학교 4학년때 차량 화재로 전신화상을 입어 수십차례의 수술을 받아야 했던 이지선 씨는 ‘지선아 사랑해’라는 감동의 수기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2004년부터 푸르메재단 홍보대사로 활동중인 그는 뉴욕 컬럼비아 대학 사회복지학 석사과정을 밟던 중 생애 첫 마라톤 완주에 도전하게 됐다.

지난 여름부터 센트럴파크에서 주3회씩 속보 연습을 했다는 이지선 씨는 “계속 뛸 자신은 없지만 완주는 꼭 하겠다. 한시간에 6km 정도 잡으면 8시간안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렸을 때는 달리기를 잘 했는데 앉아있는 걸 좋아하다보니 체력이 떨어졌다”며 웃었다.

2000년 8월에 전기고압공사를 하다 감전돼 두 팔을 잃은 김황태 씨는 이지선 씨와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인연을 갖고 있다. “팔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운동이 뭐가 있을지 찾다가 다치기전에 했던 마라톤을 다시 하게 됐다”는 그는 완주경험이 33회에 달하고 자신의 최고기록도 2시간57분으로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섰다.

5살 때 열병으로 청력을 잃은 이수완 씨는 95년부터 뛰고 싶어도 뛰지 못하는 다른 장애인들을 위해 마라톤을 시작했다. 개인최고기록이 3시간 8분대인 그는 2013년 세계농아올림픽대회 마라톤 금메달 입상을 목표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휠체어 마라톤 부문에 출전하는 김용기 씨는 마라톤 입문의 동기를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달리는 느낌을 느껴보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역시 달리기를 즐기는 부인 김진희 씨와 동반한 그는 지난해 서울국제휠체어 마라톤 3위에 입상했고 전국체전에서 100m 은메달을 따낸 베테랑이다.

서른한살 때 망박색소변성이 발병해 급속히 시력을 읽은 신현성 씨는 “5년전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좋지 않던 기관지가 낫는 등 덕분에 건강이 좋아졌다”고 마라톤 예찬론을 펼쳤다. 2005년 전국체전 1500m와 10km 동메달을 따내는 등 달리기에 재능을 보인 그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운동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대회 출전에 앞서 31일에는 유엔본부 빌딩에서 센트럴파크까지 4km 구간을 달리는 ‘국제우정달리기’ 이벤트에도 참여한다.

푸르메재단은 이번 행사를 통해 장애인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편, 내년 착공하는 한국 최초의 재활전문병원 설립을 위한 기금이 확보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재단의 백경학 이사는 “경기도 화성시로부터 부지를 제공받아 150병상 규모의 재활전문병원을 내년 착공, 2012년 완공을 목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총공사비용은 350억원인데 현재 37억원을 모았다. 1m 당 100원씩 42195원(42.195km)의 기부금을 부탁하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며 재단 홈페이지(www.purme.org)를 통한 성원을 요청했다.

신문기자 출신인 백 이사는 1998년 해외연수때 교통사고로 자신도 다치고 아내는 왼쪽다리를 절단한 아픔이 있다. ‘재활후진국’ 한국의 참담한 현실에 충격을 받고 재활전문병원을 짓겠다는 일념으로 2001년 신문사에 사표를 내고 ‘옥토버페스트’라는 독일맥주집을 개업, 대히트를 쳤다.

4호점까지 낸 맥주집의 개인지분 11%와 2006년에 받은 거액의 교통사고 보상금을 푸르메재단에 출연할만큼 재활전문병원 설립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매년 30만명 이상이 교통사고와 재해 등으로 장애인이 되지만 취약한 재활프로그램과 높은 의료비때문에 희망을 잃고 있는 현실에서 5인의 장애우가 펼칠 감동의 레이스가 재활병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