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전신화상' 이지선, 뉴욕마라톤 나선 이유는

"내 한계를 느끼기 전에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일반인도 쉽지 않은 42.195킬로미터의 뉴욕 마라톤 풀코스를 성치 않은 몸으로 도전하는 이지선씨(31.사진)의 목소리에는 긴장이 스며있다.

'걸어서라도, 6시간이 걸리든 8시간이 걸리든', 이틀뒤인 1일(현지시간) 뉴욕마라톤 결승점인 맨해튼 센트럴파크를 딛겠다는 각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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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재활병원 기금 마련을 위해 1일(현지시간) 열리는 뉴욕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는 이지선씨가 연습 도중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푸르메재단)

원래 격렬한 운동과는 거리가 있었고, 대학재학중이던 2000년 교통사고로 전신화상을 입고 40여차례 수술을 받은 뒤에는 피부가 위축되고 관절이 완전히 펴지지 않아 운동이 더 불편하다. 그래서 그의 도전은 그 자체로서 일반인의 '완주'를 능가하는 의미를 지닌다.

그가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은 장애인 재활을 위한 푸르메병원 건립을 위한 소중한 기금으로 이어진다. 일반인 후원자들이 1미터당 1원을 기부, 1인당 4만2195원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후원이 이뤄진다(푸르메 재단 홈페이지:www.purme.org).

푸르메재단(이사장: 김성수 대한성공회 주교)은 장애인들의 재활의지와 도전정신을 북돋고, 비장애인들의 후원을 확산시켜 재활병원 건립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로 4년째 세계 주요 마라톤대회에 장애인 선수단 출전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의 도전 무대는 참가자가 3만5000명을 넘는 명실상부 세계 최대의 달리기 축제 인 제 40회 뉴욕마라톤이다.

1년째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사회복지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워낙 다양한 인종이 사는 곳이라 '다름'을 의식하지 않고 평범한 사회인으로 살아갈수 있다는게 뉴욕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지난 여름부터 학업 짬짬이 1주에 사흘 정도 마라톤을 준비해왔다.

이지선씨 옆에는 5명의 장애인 달림이들이 함께 한다. 20여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에스 오일의 후원으로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2001년 전기고압공사 도중 감전사고로 양팔이 절단된 지체장애 1급 김황태(32)씨는 비장애인 아마추어 마라토너들도 '꿈의 기록'으로 부르는 '서브3(3시간 이내 기록)'에 해당하는 2시간 57분대 기록을 갖고 있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그는 이지선씨와는 사고 당시 이지선씨와 같은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던 인연이 있다.

5살때 열병을 앓은 후 청각을 잃게 된 청각장애 2급 이수완(40)씨도 직장생활도 하기 힘든 어려운 형편에서도 풀코스를 40번이나 도전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걸 보여주고 싶다'는게 그의 소망이다.

시각장애 1급 신형성(48)씨는 31살때 망막색소변성 유전인자의 진행으로 시력을 잃었지만 레크레이션 강사 자격증을 따는 등 활동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선천성 소아마비인 지체장애 1급 김용기(34.치과기공사)씨는 휠체어 마라톤에 도전한다. 세계 50위권에 드는 1시간46분 스피드로 뉴욕의 아스팔트를 질주하게 된다.

푸르메 재단(www.purme.org)은 일반 시민과 기업들의 기부를 통해 경기 화성에 150병상 규모의 모델 재활병원을 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기도가 부지를 제공했지만, 이를 제외하고도 내년 5월 착공해 2년뒤 완공이라는 일정을 실행하기 위해 총 350억원이 든다. 지금까지 푸르메 재단이 모은 돈은 37억원. 정부지원 예정 금액을 감안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부인이 사고로 장애인이 되는 불운을 겪은뒤 재단설립과 운영을 맡아오고 있는 푸르메재단의 백경학 상임이사(전 옥토버훼스트 대표)는 "매년 30만명이 장애인이 되는데 국내 재활병원의 병상수는 6000개가 채 안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사고뒤 일찍 재활에 나서면 신체기능의 90%를 회복할수 있는 경우도 병상이 없어 시기를 놓치게 되면 회복률이 50% 밑으로 떨어지게 된다.

백이사는 "재활시기를 놓치면 가족들의 고통도 커지고 사회복귀비용이 4배로 늘어난다"며 사회적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도 재활병원이 대대적으로 확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