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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한국장애인팀, 뉴욕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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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팀, 뉴욕마라톤 ‘감동의 역주’
이지선 씨 7시간30여분만에 결승점 통과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 제40회 뉴욕 마라톤이 열린 1일(현지시간) 오후 5시50분께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의 서쪽 끝 69가 지점.

해가 짧아진 탓인지 이미 어둠이 내려 조명이 켜진 마라톤 결승점 지점의 200여m 앞에 태극기를 든 이지선(31) 씨가 나타났다.

이씨는 달리기는커녕 제대로 걷기도 어려운 듯 다리를 절뚝거렸지만 쉬지 않고 결승점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이미 대부분의 선수가 결승점을 통과한 뒤여서 도로는 한산했고 출발점을 떠난 지는 이미 약 7시간20분이나 지난 뒤였다.

무릎과 허벅지가 끊어질 듯한 통증이 계속됐고 가슴이 터질 것처럼 숨이 차올랐지만,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보내준 응원을 생각하면 도저히 중도에 그만둘 수가 없었다.

화상으로 일그러진 자신의 피부와 얼굴도, 교통사고와 화상 때문에 고통스러웠던 옛 기억들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꺾진 못했고 이씨는 결국 출발점을 떠난 지 7시간30여 분만에 결승점을 밟았다.

달리던 도중 너무 늦은 나머지 교통통제가 풀리고 길이 막히는 바람에 옆길로 우회하게 돼 공식적으로 모든 코스를 완주한 것은 아니었지만, 평소 짧은 거리를 달리는 것도 힘들었던 지체장애 3급의 몸으로 약 40㎞에 달하는 거리를 주파한 것이다.

이씨는 책 ‘지선아 사랑해’와 방송 다큐멘터리 등에 출연해 이미 유명해진 지체장애 3급의 중증 장애인이다.

이화여대 4학년이던 2000년 교통사고로 온몸에 화상을 입고 수십 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고 지금도 피부가 정상이 아니지만, 고통과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누구보다 강인했다.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사회복지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씨가 난생처음 마라톤 42.195㎞의 완주에 도전하게 된 것은 장애인 복지재단인 푸르메재단의 재활병원 건립기금 모금에 동참하고 자신과 같은 장애인들에게 ‘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인생이 이럴 것 같다고 생각했죠. 너무 먼 결승점을 생각하니까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처음엔 맨해튼에 들어가기만 하면 포기하자 생각했고 맨해튼에 들어서서는 우리 교회가 있는 곳까지만 가자, 또 그다음엔 몇 블록만 더 가자 그렇게 생각했죠. 지금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도 너무 멀리 보면서 겁먹지 말고 저처럼 생각하시면 끝이 나오고 이런 기쁜 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씨가 결승점을 밟는 데 힘이 된 것은 수많은 사람이 그에게 보내준 응원이었다.

이미 이씨가 마라톤에 출전한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많은 한인들이 도로변에 나와 박수와 격려를 보내줬고 피켓을 써서 들고 소리를 지르며 응원을 해줬다.

“중간에 몇 번이나 주저앉았었죠. 그런데 5번가를 지날 때 어떤 분이 `고(Go)! 이지선, 끝까지 화이팅!’이라고 쓴 피켓을 들고 길가에 서 계셔서 깜짝 놀랐어요. 정말 많은 힘이 됐고, 그것 때문에 끝까지 온 것 같아요”

이날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장애인은 이씨뿐이 아니었다.

전기고압공사 중 감전사고로 양팔을 잘라낸 지체장애 1급 김황태(32) 씨가 초반 레이스에서 이지선 씨와 함께 달렸고, 망막색소변성 유전인자 때문에 서른이 넘어 시력을 잃은 신현성(48) 씨도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완주에 성공했다.

어릴 적 앓은 열병 때문에 청력을 잃은 청각장애 2급 이수완(40) 씨도 6시간 15분여 만에 결승점을 밟았고, 소아마비 탓에 걸을 수 없는 김용기(34) 씨는 휠체어 부문에서 완주했다.

김용기 씨는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장애를 가졌어도 세상에 할 일이 많고 정상인보다 더 훌륭하게 성공할 수 있습니다. 낙담하지 말고 희망을 보며 꿈을 가져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hoonkim@yna.co.kr

<취재:김지훈 특파원(뉴욕), 편집:심지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