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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형제·자매의 서울여행기

2018 현대모비스 가족여행

푸르메재단과 현대모비스 임직원들은 이동에 불편을 겪는 장애어린이들의 가족을 초청해 서울여행을 함께 즐겼습니다. 잠실 아쿠아리움과 경복궁 관람, 아이들이 유난히 즐거워했던 어린이 직업체험 ‘키자니아’ 방문과 한강 유람선 승선까지 서울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여행이었지요. 특히 언제나 가족 내에서도 한 발 물러서 있던 장애어린이의 형제와 자매들에게 참 뜻깊은 순간이었다는 것을 그들의 편지를 통해 다시 한 번 느낍니다.

<김혜린 동생에게서 온 편지>

안녕하세요.

저는 김혜린 누나의 동생 김원중입니다. 누나가 몸이 아프기 때문에 학교나 밖에서 친구들이나 형, 누나들이 우리 누나를 놀려요. 나 또한 누나가 있는게 힘들어서 도망가고 싶었어요. 엄마와 아빠가 가족여행을 간다고 해서 정말 정말 좋았어요.

9월 13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해서 잠을 안오지만 일찍 잤어요. 아침 4시에 일어나서 갈 준비를 했어요. 햇님도 없고 불빛도 없는 컴컴한 길을 걸어서 차를 타고 출발했어요. 아빠는 처음 가는 곳이라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엄마께서 옆에서 네비게이션을 보며 서울 가는 길을 도와주는 모습이 다정해 보였어요. 처음 가보는 서울이라 우리는 뒤에서 어디를 가냐고 재잘재잘 계속 물어봤어요. “어디에 가요? 어디 가서 무엇을 해요?”

서울의 주차장에 도착해서 조금 있다보니 푸르메재단 아저씨가 반갑게 맞이해주셨어요. 많은 분들이 오셔서 파랑색 바람막이와 회색티를 주시고 맛있는 김밥과 물도 주셨어요. 김밥은 맛있고 옷도 파란색이라 멋있었어요.

가족들 소개를 하고 짝궁 아저씨와 같이 큰 차를 타고 잠실 아쿠아리움을 관람했어요. 큰 물고기떼들이 물속에서 날아가는 것처럼 우리도 날아갈 것 같았어요. 또 스카이전망대도 관람했어요. 창 밖에 보이는 집이랑 건물들이 장난감 같았어요. 그렇게 높은 곳에서 하늘을 보니 우리가 날아다니는 새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누나는 높은 곳이 무섭다고 짝궁 아저씨에게 휠체어를 밀어달라고 하고요. 엄마와 아빠는 몸이 아파서 그러나 생각하셨대요.

키자니아 직업체험에서는 안경 만드는 선생님과 치과의사, 동물병원 의사, 비타민  만들기를 했어요. 누나가 안경을 잃어버려서 내가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숙소는 꿈 속에서 볼 수 있는 멋진 집이었어요. 침대랑 냉장고도 있고, 우리 집은 TV가 고장났지만 여기는 2대나 있었어요. 이런 집이면 친구들과 같이 놀고 초대해서 생일잔치도 하고 싶어요. 혜린이 누나는 우리집 화장실에서 사고가 나서 다쳤어요. 수술도 하고 아파했어요. 좋은 집에서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전달식을 할 때는 아주머니가 읽으신 감사편지 내용이 너무 가슴 아팠어요.

저녁식사는 고기를 먹었는데 돼지고기만 먹을 줄 알았지 소고기를 이렇게 많이 먹게될 줄은 몰랐어요. 정말 행복했어요. 아침식사는 호텔에서 밥을 먹었어요. 우유, 빵, 과일, 시리얼을 먹고 외국 분들과 인사도 했어요.

경복궁에서는 예쁜 한복을 입고 벽을 따라 아빠랑 같이 걸었어요. 누나도 예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었어요. 옛날의 선비랑 공주들 같았어요. 옛날 시대의 모습 같다고 다른 분들과 이야기도 하고 해설 아저씨의 설명도 들었어요. 한강 주변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유람선을 타고 갈매기를 먹이도 주었어요. 끝나고 선물도 받았어요. 누나랑 나는 여기서 살고 싶었어요.

1박 2일동안 너무너무 재밌었어요. 여기까지 오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과학자가 되어 누나와 같이 아픈 분들에게 로보트를 만들어줘서 아프지 않게 살게 해주고 싶습니다.

김원중 올림

<재혁이 누나에게서 온 편지>

키자니아 체험 중인 재혁이 누나들.
키자니아 체험 중인 재혁이네.

안녕하세요. 저 재혁이 가족의 큰누나 배민지라고 해요.

서울여행을 가기전부터 계속 저희가 묵을 숙소,음식점 등등을 찾아보며 굉장히 설렜어요. ‘경복궁 가면 무슨 한복을 입지?’, ‘음식점은 얼마나 맛있을라나?’ 등을 생각하며 많이 떨렸고 그만큼 재미있던 여행이였어요.

일정이 약간 바쁜 탓에 힘든 점도 있었지만 기억에 많이 남고 추억이 하나 더 쌓이는 그런 여행이였던거 같아요. 여행 중 제일 좋았고 기억에 남는 건 첫날 갔던 잠실 아쿠아리움과 스카이전망대입니다. 절대 잊지 못할꺼 같아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렇게 높은 곳에 올라 서울 전망을 보는거라 더 떨렸어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101층 쯔음에서 순간 귀가 뻥 뚫려서 깜짝 놀랐어요. 단 1분만에 118층을 올라간다는게 신기하기도 했고 올라와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없던 고소공포증도 생길 것 같았어요. 거기서 음료수를 사먹었는데 통이 너무 예뻐서 기념품 대신 가져가기로 해서 지금 저희짐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쿠아리움도 사진이랑 동영상으로만 봐서 더욱 기대가 컸던거 같아요. 거기서 우리 재혁이만한 문어도 보고 하얀 돌고래 벨루가도 보고, 반응속도가 어어어엄청 느린 우파루파도 보고 뼈가 다보이는 물고기도 보고 얼마나 재밌었는데요!!

그러고 나서 서머셋팰리스에 도착을 했는데 처음 묵어보는 호텔이라 문을 연 순간 정말 온 집안을 날듯이 다녔다죠. 부엌도 갔다 침실도 갔다 화장실도 ‘우와우와’ 하면서 가보고 거실에 있는 소파에 누워도 보고 그러다 도우미 아저씨가 주신 간식을 먹고 잠이 들었어요. (아침에 얼굴 띵띵 부은 건 안 비밀ㅋㅋ 정말 화장실 가서 이게 누구냐 이러고 있었어요.) 첫날은 정말 떨리고 설렜다면 둘째 날은 빨리 가보고 싶은 곳?!이라고 해야 되나. 왜냐하면 경복궁 구경이랑 유람선은 꼭 타보고 싶었거든요.

한복을 입으러 한복집에 들어선 순간, 와… 이렇게 예쁜 한복은 처음봤어요. 거기서 결정장애가 와서 ‘뭐하지 이거할까 아니다 저거 예쁜데 저거? 아닌데 이것도 이쁜데…?’ 이러고 10분 동안 계속 고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엄마가 얼른 고르라고 하셔서 입구 쪽에 있는 한복은 보지도 못했네요. 하지만 제 마음에 드는 한복을 입어서 후회는 없어요. 딱 갈아입고 나오는데 정말 예뻤어요.(물론 한복이…..) 그렇게 경복궁을 돌아다니는데 시간이 짧은 게 아쉽더군요. 좀 더 시간이 길면 자유시간도 갖고 이러면 좋았을텐데 그래도 잘놀았습니다! 그 다음 유람선을 타기 전 애슐리를 갔죠. 정말 맛있었어요. 거기 있는 음식을 다 먹고 싶은 기분이랄까. 그리고 유람선을 타러갔는데 세상에 갈매기들이 정말 떼로 몰려들었어요. 멸치도 주고 사진도 찍고 행복했었습니다.

고속도로를 타고 집에 오는 길에 롯데타워가 보여서 빠이빠이하고 왔네요. 아쉬웠어요.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시험기간 1주일 전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집에 가다 길을 잃어버려서 여행을 더 하다가 온 가족입니다.

재혁이가 이른둥이로 태어났잖아요. 그때까지만 해도 길을 걷다 장애가 있는 분들이 지나가면 나오면 쳐다봤는데 혁이가 태어나고부터 친구들이 그런 행동을 하면 제지시켜요. 너무 마음이 아파서… 물론 그 전에도 그러긴 했지만 저희 가족이 직접 겪게 되니까 정말 저희 가정이 무너질 것 같고 어떻게 될 것 같고 우울증이 걸릴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정말 온갖 생각이 다 들었어요. ‘우리 집이 파산해버리면 어떻게하지..?’, ‘ 엄마랑 아빠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이요. 물론 그러진 않았지만 말이죠. 그 전에는 이런 세상이 있는지 몰랐으니까. 그럴수록 서로 더 똘똘 뭉쳤던 것 같아요. 괜찮아 괜찮아요 이러면서. 힘든 점을 서로 털어놓으니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 같더군요. 제 마음이 이렇게 찢어지도록 아픈데 혁이를 낳은 엄마의 심정은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슬프고 다 자신 탓인 것 같고 하시겠죠. 이대로 뒀다간 정말 큰일날 것 같아 엄마가 울 때마다 옆에 있어주고 토닥여주니 서서히 안정을 찾으시는 것 같았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슬퍼요. 그래도 혁이가 많이 나아지고 많이 배우고 서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가끔은 우리가 그 때 그 시절의 우리가 맞나 하는 생각도 해요.

이런 여행을 다니면서 혁이 같은 아이들, 혹은 그보다 더 심한 아이들을 보니 정말 세상에 아픈 아이들도 많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들을 보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 사람들로 인해 자꾸 장애인들이 숨고 위축되는 것 같아요. 보살펴주고 포옹해주고 서로 협력하면 더 살기 좋은 대한민국, 행복지수 1등인 나라가 될 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어쨌든 이런저런 일들을 통해 저희 가족은 더 끈끈해지고 단단해졌어요. ‘비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제 작은 상처는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비록 15년 밖에 살아보지 않았지만 이런 이른둥이나 아픈 아이들을 낳고 키우시는 분들께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지금 좌절하면 끝이지만 나아가다보면 희망이 보일 수도 있으니 화이팅 하시라고. 지금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포기해버리면 정말 돌이킬수도 없게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런 무책임한 사람들의 말로 위축되고 기 죽지 마시고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다니시면 된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정말 가능하다면 다시 가고 싶은 여행이었습니다. 같이 동행했던 아이들도 참 그립습니다. 이제 편지를 마치려고 해요. 이런 행복한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신 분들도, 저희와 함께 동행하셨던 아저씨도 전부전부 감사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장애아 부모님들 화이팅하시고 우리 가족도 건강합시다. 재혁아, 사랑해!

이른둥이 재혁이의 큰누나 민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