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까만 연탄에 실어 나른 하얀 마음

 푸르메재단-외환銀 서울 부암동서 ‘사랑의 연탄 나눔’


9일 ‘사랑의 연탄 나눔’ 행사에 참여한 봉사자들이 흰 눈이 쌓인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서 까만 연탄을 들고 활짝 웃었다. 양희철 외환은행 강서영업본부장, 푸르메재단 홍보대사 이지선 씨와 강지원 변호사, 산악인 엄홍길 대장, 권택명 외환은행 상근이사 (오른쪽에서 첫 번째부터) 등이 봉사활동에 함께했다. 사진 제공 푸르메재단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길 계단 위로 노란 우비와 빨간 고무장갑의 행렬이 이어졌다. 빨간 장갑마다 개당 2.5kg인 검은 연탄이 들려 있다. 전남 장성군의 한 탄광에서 직접 석탄을 캐본 일이 있다는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석탄 캐는 작업이 얼마나 고되고 품이 들어가는 일인지 아느냐”며 “그 땀과 노력이 모여 만든 이 연탄에 이제 우리의 작은 마음들까지 담아 큰 사랑을 배달할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추위가 다소 누그러진 9일 140여 명의 봉사단원이 서울 종로구 부암동 골목을 찾았다. 푸르메재단과 외환은행이 공동 주최한 이 행사에는 엄 대장과 푸르메재단 대표인 강지원 변호사, 전신화상의 고통을 딛고 ‘지선아 사랑해’란 책을 써 유명해진 이지선 재단 홍보대사, 외환은행·삼성SDS 직원 등이 참가했다. 이들은 외환은행이 기부한 2만 장 가운데 1000장을 부암동 6개 가정에 배달했다.

엄 대장 등 30여 명은 주민센터에서 10분 정도 걸어 부암동 굴다리 인근 골목길에서 눈이 얼어 반들반들한 계단길에 1m 간격으로 늘어선 뒤 연탄을 이어 날랐다. 백경학 재단 상임이사는 “연탄 1장에 550원인데 언덕 위의 집들은 50m마다 장당 50원이 더 붙는다”며 “한 장도 깨지지 않게 조심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천경희 씨(58)는 “쉬는 날 추울 텐데 고마워서 어떻게 해요”라며 연방 고개를 숙였다.

중3인 딸과 함께 참가한 외환은행 한선회 계장(39·여)은 “봉사를 했다기보다는 작은 힘을 보탰다는 생각으로 뿌듯하다”고 말했다. 딸 임소정 양(15)은 “연탄은 만화 ‘검정고무신’에서만 봤는데 나르는 것이 힘들었지만 보람을 느꼈다”며 웃었다. 시각장애인 최영 씨(65)는 “눈길 때문에 연탄을 사러 갈 수도 없고 장당 100원 넘게 더 붙는 연탄값이 걱정됐는데 정말 다행”이라며 “더 열심히 살 힘이 생긴다”고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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