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장애를 딛고 일어선 24인(人)의 감동 실화

나는 멋지고 아름답다

이승복 외 지음|부키|272쪽|1만1000원

전기 기사였던 석창우씨는 1984년 전기 안전점검을 하다 2만9000볼트 전기에 감전됐다. 까맣게 타 버린 양쪽 팔을 어깨까지 잘라낼 당시 그의 나이는 만 29세였다. 4년 뒤 의수에 볼펜을 끼우고 글씨를 연습하던 어느 날 네 살 된 아들이 엄마 뒤꽁무니를 쫓으며 그림을 그려 달라고 보챘다. 짜증이 난 아내가 무심코 말했다. "아빠한테 그려 달라고 해!" 태어나 한 번 안아주지도 못한 게 못내 미안했던 그는 동화책에 나온 새 그림을 흉내내어 아들에게 그림을 그려줬다. 좋아하는 아들 앞에서 비로소 '나도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는 '수묵 크로키'라는 장르를 개척, 국내 최초의 의수 화가가 됐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거지?' 결혼식을 앞두고 두 다리를 잃은 신부, 갑자기 앞을 볼 수 없게 된 젊은 교사 등 24명의 주인공들은 이렇게 외마디 비명을 질러야 했다. 그러나 끝내 장애를 이겨내고 극한 마라톤을 완주하거나 보이지 않는 눈으로 영화도 찍었다. 군더더기 없이 펼쳐지는 이들의 사연이 멋지고 아름답다. 

김경은 기자 eun@chosun.com

입력 : 2010.01.22 2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