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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우리는 장애·편견 이겨내고 꿈을 이뤘다

이상묵 서울대 교수, 이승복 존스홉킨스대 의사, 배형진씨 등 ‘장애인 위인’ 24명 체험담 묶은
『나는 멋지고 아름답다』 출간

“꿈! 꾸기라도 해봐! 그리고 그 꿈을 향해 온갖 발버둥이란 발버둥은 다 쳐보자!”

TV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나오는 대사와 비슷한데, 가슴엔 훨씬 더 와닿는다. 시각장애인으로는 최초로 일반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송광우(38) 선생님이 일러주는 말이어서다. 그는 충남 당진 초등학교 교사이던 28살 때 레버 시신경위축증이란 희귀병으로 시력을 잃은 중도장애인이다. 갑자기 찾아온 장애로 교단을 떠나야 했던 그는 주변의 격려로 복직에 성공하기까지의 어려움을 그렇게 마무리했다.

지난해 8월 서울에서 만난 이상묵(왼쪽) 교수와 이승복 박사(왼쪽 사진). 2008년 3월 열린 ‘1004 희망의 릴레이 마라톤’에 참가한 배형진씨(오른쪽 사진).

송 선생처럼 자신의 장애와 사회적 편견을 이겨낸 24명이 체험담을 묶어 책을 냈다. 장애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서다. 바로『나는 멋지고 아름답다』(부키)란 일종의 ‘장애인 위인전’이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 불리는 이상묵(48) 서울대 지구환경학부 교수,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27) 등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인물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의 중증장애 수녀인 윤석인(60) 수녀, 오른팔을 못 쓰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베를린 도이치 오페라단에서 활약했던 김동현(48) 성결대 음대교수 등이 자기 이야기를 육성으로 털어놓았다. 시각장애인으로 인권영화상 우수상을 받은 노동주(27)씨는 “인생은 무성한 숲 속 비탈진 산길을 오르는 것과 같다. 바위길도, 가시덤불 길도 때로는 꽃길도 만난다. 지금 네가 걷는 깊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희망을 잃지 말아라”던 아버지의 당부가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고 한다. 체조 훈련 중 뜻하지 않은 사고로 척수가 손상되어 가슴 아래가 마비되었지만 미국 존스홉킨스대 병원에서 재활의학 전문의로 활약하는 이승복(45)씨는 “사고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사고가 없었다면 의사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장애를 축복이라 여긴다고 한다.

이런 가슴 뭉클한 이야기들은 여러 사람의 힘이 합쳐져 빛을 보았다. 장애인 지원 전문인 푸르메재단(이사장 김성수 성공회 주교)이 장애인들은 물론 그 가족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정보를 주는 책 시리즈를 기획했다. 첫 책으로 희망과 감동이 주는 책을 내기로 하고 필자를 고르고 원고를 받았다. 그렇게 모인 글이 지난해 상반기 한 인터넷신문에 연재됐고, 이어 독지가를 만났다. 증권전문가 최중석(40)씨가 3000만원의 출판기금을 지원하고 매달 200만원을 내놓기로 했다. 최씨는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였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돈이 많을수록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결국엔 자신을 돕는 것이라 생각해서 힘을 보태기로 했다”라고 덤덤히 기부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정작 출간은 쉽지 않았다. 출판사들이 채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꺼렸다. 그러다가 박윤우(50) 부키출판사 대표와 연결됐다. 박 대표는 “지식은 나눌수록 좋으며, 장애인과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정보를 주는 책은 우리 출판의 다양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봤다”며 “편집 등 제작비는 감당할 각오를 했다”고 말했다.

푸르메재단과 부키는 최중석씨의 지원에 힘입어 적어도 분기별로 한 권은 시리즈를 낼 계획으로 협약식도 가졌다. 이미 두 번째 책으로 장애아 부모를 위한 『부모 노릇하기(Parenting· 가제)』를 준비 중이다.

푸르메재단의 백경학 상임이사가 책 머리말에 썼듯 모든 장애인이 ‘거인’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이에게 뜨거운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이 책에 실린 육성은 낮지만 큰 울림을 전한다.

김성희 기자 <jaej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