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이사람] 휘청대는 몸 붙잡는 ‘단하나의 신발’

장애인 정형신발 지원하는 독일 장인 다니엘 칼트바서

11일 낮, 경기 성남의 소망재활원. 독일인 다니엘 칼트바서(30·사진)가 최대권(23·뇌성마비 1급)씨의 발을 꼼꼼히 살폈다. 최씨는 쑥스러운 듯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 다니엘은 웃으면서도 “걸을 때 하중이 발의 앞쪽에 몰리기 때문에 신발끈을 꽉 매서 고정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수 최씨의 신발끈을 묶어주며 시범도 보였다.

다니엘은 독일에서 온 신발장인(슈 마이스터)다. 슈 마이스터는 정형신발 제작 회사에서 전문 경력을 5년 가량 쌓은 뒤 시험을 치러 합격해야 얻을 수 있는 자격증이다. 1년에 20~30명 가량밖에 그 영예를 얻지 못한다. 다니엘은 제작 경력 11년의 슈 마이스터로 지난해 4월부터 한국의 정형신발 제작사인 워킹온더클라우드(WOTC)에서 장애인 신발 제작을 전담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저소득층에 무료로 제작
“한국인들 발에 무관심한 것 놀라워”

이날 다니엘은 푸르메재단과 워킹온더클라우드가 함께 2008년 3월부터 벌여온 ‘저소득 장애인 맞춤 정형신발 무료지원 사업’의 100명 돌파를 기념해 지원했던 장애인의 발과 신발을 점검하는 행사에 참여했다.

정신지체 장애인 등은 비장애인과 달리 걸음걸이 등이 안정되지 못해 발과 다리 등에 기형이 오기 쉽다. 따라서 사용자의 몸에 맞게 깔창과 형태를 바꾼 신발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재활원의 물리치료사 박명옥(44)씨는 “발은 몸의 기초이기 때문에 맞춤 신발을 신는 것 만으로 골반과 상반신이 차례대로 안정되고 자세가 바로잡힌다”고 말했다. 정형신발이 필요한 30여명의 원생 가운데 지금까지 17명이 무료 지원을 받았다.

슈 마이스터는 발의 압력 분포를 분석하는 전용 스캐너를 이용해 사용자 양쪽 발·다리 길이, 기형 부분 등을 확인해 걷기에 무리가 가지 않고 자세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특별히 보완한 신발을 만든다. 다니엘은 “한국에 와서 비장애인들까지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과 신발에 무심한 것을 보고 놀랐다”며 “장애인들처럼 꼭 맞춤형 신발이 필요한 사람들을 우선 지원함으로써 신발의 중요성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1년 동안 정형신발을 써 온 이 재활원의 정두환(23)씨는 “걸음이 안정되고 다리도 조금씩 변하는 걸 느낀다”며 “어린 시절부터 신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선천성 뇌질환에서 비롯된 운동장애로 심한 안짱다리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이사는 “발은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람의 모든 것을 떠받치는 중요한 기관”이라며 “정형신발에 대한 부족한 국가 지원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