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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효자동에 사는 세 가지 기쁨

[일사일언] 효자동에 사는 세 가지 기쁨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내가 일하는 사무실은 서울 종로구 효자동 네거리에 있다. 인왕산 아래 위치한 효자동은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옥인동과 통인동·누상동·누하동·효자동·창성동 등 6개의 작은 마을이 모여 이루어진 아름다운 동네다.

몇년 전 이곳으로 온 후 날마다 누리는 세 가지 기쁨이 있다. 가장 큰 기쁨은 언제나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고도제한으로 5층 이상의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기 때문에 창문을 열면 인왕산과 북악산이 와락 가슴에 달려든다. 늘 변함이 없는 것 같아도 자세히 보면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 때가 없는 명산(名山)을 지척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작지 않은 행복이다.

다른 하나는 서울의 옛 모습을 간직한 번잡하지 않은 거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눈부신 자하문길과 경복궁 돌담길, 벚꽃이 활짝 핀 사직공원길, 아담한 통인동 한옥촌 골목을 걷다 보면 시간이 멈춘 듯 지난날로 돌아가곤 한다.

마지막 기쁨은 소박한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출근길 지하철 경복궁역에 내리면 분홍색 넥타이를 맨 역장님의 환한 미소가 보이고,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지하철 계단을 내려오면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젊은 시각장애인 여성과 40대 여성을 만난다. 어머니와 딸 사이일까. 퇴근길이면 노란 백열등 아래서 손님을 맞으려는 통인시장 ‘호남집’ 할머니의 손길이 분주하고, 효자동 뒷골목을 들어서서 60년 동안 헌책방을 지켜온 ‘대오서점’ 할머니와 담벼락에 기대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형제이발관’ 아저씨라도 만나는 날이면 유난히 발걸음이 더 가볍다. 아침저녁으로 효자동을 지날 수 있어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