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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오늘 장애인의 날… 소아마비 딛고 장애아 돌보는 한의사 허영진 원장

오늘 장애인의 날…소아마비 딛고 장애아 돌보는 한의사 허영진 원장

2011-04-20

“얘들아 일어서렴, 나처럼”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한방어린이재활센터 진료실에서 한의사 허영진 원장이 다운증후군 장애아에게 약침을 놓기 전에 마사지를 하고 있다. 이 센터는 국내에서 저소득층 장애아들이 무료로 한방치료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그래, 그렇게 우는 거야. 목청껏, 더 크게 울어봐!”

조한(가명·1)이가 울자 엄마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번졌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한방어린이재활센터(이하 한방센터) 진료실에서는 한 부모가 목청껏 우는 아이를 보면서 기뻐하는 ‘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치료를 받고 있던 조한이는 다운증후군 장애아다. 조한이는 폐와 성대의 발달이 늦어 주사를 맞거나 때려도 크게 울지 못하고 옹알거리는 작은 소리만 겨우 낼 수 있다. 아이가 우는데도 어머니가 기뻐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한방 치료를 받은 지 2개월 된 조한이는 이날도 머리와 허리에 약침(藥鍼) 10대를 맞았다. 어머니 김모 씨(34·주부)는 “움푹 들어갔던 오른쪽 머리도 여느 아이들처럼 볼록해지기 시작했다”며 아들의 머리를 몇 번이나 쓰다듬었다.

김 씨와 같이 12개월 미만의 다운증후군 영아를 둔 부모들은 어릴 때부터 진료를 받아야 장애가 완화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좀처럼 진료받을 기회가 없다. 물리치료나 재활치료에 의존하는 양방 진료는 12개월이 지나야 받을 수 있고, 한방 치료는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센터에서 5년째 자원봉사를 해온 한의사 허영진 원장(42)은 “태어나서 몇 개월 지나지 않은 아이들이 기운을 돋우는 한방 진료를 받으면 자란 후 뇌신경 치료에 집중하는 양방 치료에서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는 국내에서 저소득층 장애 어린이들이 무료로 한방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한방센터를 찾는 이들은 치료비 40만 원과 약값 50만 원 등 한 달에 적어도 90만 원이 드는 한방치료를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부모가 대부분이다. 허 원장은 “자원봉사를 하기 전 내가 운영하던 병원에도 장애아들이 왔지만 쌓이는 진료비 탓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양방, 한방 치료를 병행하면 큰 효과가 있는데도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늘 안타까워 자원봉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어렸을 적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은 허 원장은 매주 화, 금요일 자신의 한의원 문을 닫은 채 목발을 짚고 한방센터로 출근한다. 허 원장이 한의사의 길을 가게 된 것도 어렸을 적 동네 한의원에서 한방 치료를 받은 뒤 병의 상태가 많이 호전된 경험 때문이다. 

하지만 허 원장의 뜻을 펼치긴 현실이 너무 열악한 상황.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어 한방센터는 허 원장이 한의원 문을 닫고 진료를 하는 화, 금요일만 문을 연다. 이 때문에 지금도 20명이 넘는 장애아가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운영비도 한 달에 400만 원이 넘게 들지만 매달 들어오는 후원금은 200만 원 남짓. 나머지는 푸르메재단에서 받는 지원금으로 채우고 있다. 허 원장은 “한참 뛰어 놀아야 할 여섯 살짜리 아이가 움직이지 못하던 팔을 조금만 움직여도 하루 종일 기뻐하는 게 장애아동 부모”라며 “이곳 같은 무료 센터를 더 설립하기 어렵다면 약침에 보험 적용을 확대하거나 후원금이 늘어나 더 많은 장애아를 치료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