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당당하게” 장애 어린이들의 희망 연주회

“당당하게” 장애 어린이들의 희망 연주회

2012-12-23

■ 푸르메재단-넥슨 기획 ‘푸르메 어린이 음악회’

푸르메재활센터 직원들이 21일 열린 ‘푸르메 어린이음악회’에서 크리스마스 캐럴 ‘루돌프 사슴코’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넥슨 제공  

“여러분, 제 연주 잘 들었나요? 박수소리가 작아요. 더 크게 쳐주세요.”

21일 오후 ‘푸르메 어린이 음악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재활센터 4층 강당. 무대에 선 정연웅 군(12)이 클라리넷 연주를 마친 뒤 관객들에게 익살스럽게 말을 건넸다. 정 군은 핀란드 음악가 잔 시벨리우스가 작곡한 ‘핀란디아’의 일부분을 연주했다.

그는 지적장애와 함께 망막 모세포에 생긴 종양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장애가 있다. 그런데도 200여 명 앞에서 2년 동안 갈고닦은 연주 솜씨를 마음껏 뽐냈다. 정 군의 어머니 김형숙 씨(40)는 “아이가 남들 앞에 서서 마이크를 들고 얘기하는 걸 좋아하기는 하지만 행여나 실수라도 할까 봐 걱정했다”며 “이 자리를 통해 아이의 꿈을 이뤄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푸르메재활센터를 운영하는 푸르메재단과 게임업체 넥슨의 사회봉사단이 함께 기획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센터를 찾는 장애아동들과 가족, 지역 주민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선사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9월 문을 연 푸르메재활센터는 국내 유일의 저소득층 장애 아동을 위한 재활치료기관이다. 장애인 전용 치과인 푸르메치과와 장애인 및 지역 주민에게 물리치료,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등을 제공하는 재활의원, 한의학 진료가 가능한 푸르메한의원 등을 갖추고 있다.

재활센터 건립을 위해 시민 3000여 명과 기업 80여 곳이 성금을 냈다.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도 10억 원을 보탰다. 이후 넥슨 직원들은 이 센터에서 캐릭터와 안내표지판을 만들고 인테리어를 꾸미는 재능기부 활동을 벌여왔다.

정군 외에도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는 권은영 양(4)이 노래를,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여명효 군(14)이 첼로 연주를 선보였다. 재활센터 직원들은 수화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불렀고, 넥슨의 사내 재즈밴드 ‘더 놀자’도 함께 참여했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이사는 “여러 기업의 재능기부 덕분에 차가운 이미지의 병원이 놀이터나 유치원 같은 따뜻한 곳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며 “장애아동들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