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또 다른 꿈★은 이뤄진다"…장애인 바리스타들의 성탄 소망은?

"또 다른 꿈★은 이뤄진다"…장애인 바리스타들의 성탄 소망은?

효자동사거리 '행복한 베이커리 & 카페'서 당당히 일하는 '장애인 바리스타들'

2012-12-25

'남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선입견을 떨쳐내고 당당하게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꿰찬 장애인들이 있다.

불편한 몸을 이겨내고 꿈을 이룬 장애인 바리스타들의 성탄 소망은 '차별'과 '편견'이 사라진 세상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낮 서울 종로구 효자동사거리의 한 커피 가게에는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는 바깥과는 대조적으로 손님들의 수다에 따뜻한 웃음꽃이 피었다.

점심시간이라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손님들 사이에서 바리스타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주문을 받고 커피를 만들어 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4명은 모두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다.

이들은 푸르메재단과 SPC그룹이 손잡고 지난 9월 26일 영업을 시작한 '행복한 베이커리 & 카페'에서 당당하게 바리스타로서 일하고 있었다.

모두 바리스타 3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지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았다.

조금 어눌한 발음만 제외한다면, 말끔한 유니폼을 입고 익숙한 몸놀림으로 일하는 영락없는 바리스타들이었다.

가족과 함께 따뜻한 커피를 마시려고 들른 김혜진(41·여)씨는 "커피맛도 분위기도 좋아 장애인들이 일하고 있다는 걸 상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맡언니인 한희정(19)양, 분위기 메이커 이혜윤(19)양, 청일점 김윤우(26)씨, 막내 김현아(18)양은 이곳에서 3개월째 일하면서 벌써 많은 추억이 쌓였다고 했다.

계산대에서 능숙하게 주문을 받던 김윤우 씨는 "커피, 음료, 빵을 팔면서 손님들을 모시는 게 너무 즐겁다"며 분주한 손길을 이어갔다.

내년 2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이혜윤 양은 2주 전 반 친구들과 선생님이 찾아왔을 때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이 양은 "친구들이 내가 만든 커피를 맛보고 '이 커피 누가 만들었냐'고 물었을 때 뿌듯했다"면서 "자주 오겠다고 친구들이 약속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희정 양은 "사회에서 나와 일하는 게 어렵다는 말만 들어서 두려웠지만 다른 직원들이 잘 대해줘 힘들어도 보람되다"고 말했다.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성탄 소망은 손님들이 몰려 자신들이 만든 커피의 인기가 올라가는 것.

김현아 양은 "정신없이 바쁘겠지만 맛있다고 소문나 손님들이 더 바글바글했으면 좋겠다"고 성탄 소망을 빌었다.

하지만 이들 장애인 바리스타들은 무엇보다도 자신들이 개척한 길을 장애인 후배들에게 가르치고 싶다고 소망했다.

이혜윤 양은 "남자친구도 갖고 싶고 내 커피 가게를 내고도 싶다“면서”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걸은 길을 따라오는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소원했다.

*CBS 이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