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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런 아름다운 홍보대사가 더 많았으면

 [아침 편지] 이런 아름다운 홍보대사가 더 많았으면

2012-12-27

▲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그를 만난 건 우리 재단의 홍보대사이던 작가 이지선씨를 통해서였다. 지난해 봄 미국에서 전화한 지선씨는 유학 중인 자신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그를 추천했다.

“그 오빠는 뜻있는 일이라면 몸이 부서져라 일할 사람”이라고 했다. 한 달 뒤 어렵게 그를 만났다. 장애어린이재활병원을 세우는 데 힘을 보태 달라고 부탁했지만 딱 잘라 거절했다. 이미 다른 3곳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어 버겁다는 이유였다. “푸르메재단의 홍보대사까지 하면 기존에 맡은 곳의 일을 열심히 할 수 없습니다.”

그로부터 넉 달 뒤, 뜻밖에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한 곳의 홍보대사를 그만두게 됐다면서 이제 우리 재단의 홍보대사를 맡겠다고 했다. 첫 만남에서 거절당했지만 올곧은 거절 이유에 더욱 마음이 끌렸던 터라 뛸 듯이 고마웠다. 그런데 이번엔 “조건이 있다”고 했다. 단순히 이름 올리고 사진 몇 장 찍는 홍보대사라면 하고 싶지 않다며 직접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했다. “어린이재활병원을 지으려면 380억원이 필요하다죠? 하루에 만원씩, 1년 동안 365만원을 기부하는 사람이 1만명 모이면 병원을 세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나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후원금 모으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모금이 쉽다면 세상에 못할 일이 어디 있겠는가?’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이튿날 그는 ‘만원의 기적’ 캠페인 첫 참가자 4명을 모아 왔다. 개그우먼 박미선과 이성미, 축구선수 이영표, 그리고 이지선씨였다. 이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설득해 승낙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만원의 기적’ 기부자들이 지금은 250명을 넘어섰다. 날마다 1000원을 기부하는 ‘천원의 기적’도 1200여명이 동참하고 있다.

그는 매일 아침 장애어린이를 위한 재활병원 기금을 모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 뒤 1만원을 저금통에 넣는 걸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한밤중이고 새벽이고 없이 전화를 한다. 네 아이의 아빠이자 연예인으로 일정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텐데 재단 사무실을 수시로 찾아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재단 일에 열성이다. 그는 바로 가수 션(본명 노승환)이다. 철인3종 경기에 참가해 완주한 뒤 5150만원을 기부하자 부인 정혜영씨는 잡지 모델료를 통째로 내놓기도 했다.

홍보대사를 맡은 사람도 책임이 필요하다. 이름만 홍보대사로 붙여놓고 국민 세금을 수억대 모델료로 낭비했다는 정부기관들도 있었다. 새해에는 사회단체뿐 아니라 정부기관에도 가수 션 같은 진심을 다하는 홍보대사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