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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장애인 여행

최근 서울에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생겨나고 있다. 서울로 7017, 다시 세운, 문화비축기지, 돈의문마을 등 도시의 역사와 재생이 융합되어 또 다른 문화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시는 우리에게 친숙한 공간이다. 특히 장애인에게는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는 도시의 생활이 더욱 익숙하고 편리할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병원을 가는 문제, 학교와 여가 등 모든 활동은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는 도시에서 더 편리하게 진행된다. 이런 도시에서도 여행이 가능하다. 그것을 바로 ‘도시여행’이라 칭한다.

서울 도심의 모습

앞선 랜드마크는 도시재생사업(지속가능한 개발)을 통해 새롭게 탈바꿈한 장소이다. ‘세운상가’의 이미지는 어떠할까. 복잡한 종로 중심에 허름하게 퇴색되어 가는 복합 쇼핑몰 정도로 인식할 수 있다. 새롭게 단장한 세운상가는 앞으로 사람들에게 새로운 공간으로서 인식되며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는 과정을 겪을 것이다. 여기서 장애인들은 기존에 갖고 있던 ‘여행’에 대한 이미지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멀리 떠나는 것만이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도시여행이란 집을 떠나 자연이나 문화를 향유하는 여행의 행위를 도시에서 하는 것이다. 도시여행을 하는 가장 큰 이유이자 장점은 바로 볼거리와 즐길거리 외에 편의시설이 가까이에 있고 다른 지역의 여행에 비해 편의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장애인들은 이러한 도시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 특히 휠체어에게 도시는 무수한 장벽들을 마주하게 하는 철옹성이었기 때문에 도시의 문화와 역사를 즐기기 이전 기본적인 접근조차 어려웠던 공간이다. 하지만 유기적인 도시가 재건 아닌 재생을 하기 시작하면서 도시여행의 이야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자연 풍광을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

도시재생의 개념은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에서 출발한다. 미래세대가 이용할 환경과 자원을 손상시키지 않고 가능한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자는 개념으로, 지속가능한 개발은 환경을 해치지 않는 환경보존(생태주의)과 사람이 우선시되는 인본주의적 접근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의 하위 개념으로 지속가능한 관광(sustainable tourism)이 있다. 이 역시 생태 손실을 최소화하는 관광산업과 관광의 다양한 인간적 이해관계를 중시하는 인본주의적 접근으로 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야기한다.

도시재생, 특히 문화 랜드마크에 이러한 지속가능한 개발과 인본주의가 접목되면서 이제는 하나를 만들어도 남녀노소, 특히 장애인을 고려하는 랜드마크가 점차 늘어나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2017년 서울이라는 도시의 모습을 장애인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1970~80년대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했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 변천사 속에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것은 불과 20여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는 도시의 많은 부분에서 장애인 등 남녀노소를 위한 스폿들이 생겨나고 있어 도시의 문화, 역사, 예술과 환경 등 모든 것을 누리는 장애인의 ‘도시여행’이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도시여행 랜드마크 : 마포 문화비축기지

마포구 매봉산 자락에 에워싸인 문화비축기지는 41년간 일반인의 접근이 철저히 통제되었던 곳이다. 1970년대 서울 시민의 한 달 소비 석유량인 6,907만 리터의 석유를 비축했던 도시 산업화의 유산인 마포석유비축기지가 2017년 9월 문화비축기지로 재탄생하면서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파괴와 건설이 아닌 기존의 것을 최대한 살린 ‘재생’을 통해 만들어진 랜드마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높다. 또한 자칫 을씨년스러운 폐허로 인식될 수 있었던 공간을 친환경적으로 재생하면서 도시 산업화의 역사성을 보존하고 있다는 것 또한 가치 있다. 무엇보다 문화비축기지와 도시재생 과정에서 재탄생한 랜드마크에 장애인 등 이동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설치와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적용했다는 데 박수를 보낸다.

서울의 대표적 도시재생 랜드마크 문화비축기지 (홍서윤 제공)
서울의 대표적 도시재생 랜드마크 문화비축기지 (홍서윤 제공)

건축가들은 대개 이렇게 말한다. 다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기존 뼈대를 살리면서 같은 공간을 새롭게 재창조하는 과정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이다. 그 이야기가 무엇인지는 문화비축기지를 방문해보면서 공감하게 되었다. 다소 차갑게만 느껴지는 외부와 달리 내부는 역동적이고 참신하고 화려했다. 그렇게 석유를 저장하던 탱크를 개조한 T1부터 T6까지 6개의 탱크는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시각을 겸비하게 했다.

더불어 문화비축기지에서는 시즌마다 각종 전시와 공연이 열린다. 매월 1회 토요일에는 플리마켓 달시장도 열려 많은 시민들이 찾는다. 문화비축기지를 방문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는 바로 이곳에서 피땀을 흘리며 일했던 사람들의 헬멧을 모아 둔 것이었다. 다양한 예술과 문화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모여 있는 헬멧이 주는 진정성과 감동은 그 어떤 작품보다 진하고 강렬했다.

석유저장탱크를 개조한 문화비축기지 내부 공간 (홍서윤 제공)
석유저장탱크를 개조한 문화비축기지 내부 공간 (홍서윤 제공)

장애인의 접근성 또한 우수했다. 매봉산 자락이라는 지형적 한계만 없다면 굳이 편의시설의 위치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쉽게 눈에 띄고 이용할 수 있어 장소에 대한 애착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구분되도록 설계되지 않았고 무엇이든 ‘함께’ 즐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고자 고민했던 흔적이 엿보여 인상적이었다.

<문화비축기지 정보>
홈페이지 : http://parks.seoul.go.kr/culturetank
전화번호 : 02-376-8410
주 소 : 서울 마포구 증산로 87
가 는 길 : (지하철) 월드컵경기장 역 하차 후 도보 10분
편의시설 : 장애인 주차구역 있음, 장애인 화장실 있음, 수유실 있음.

*글= 홍서윤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대표)

홍서윤은 장애인여행작가이자 현재 한양대학교 관광학 박사에 재학 중이다. “당신이 여행을 갈 수 있다면 나도 갈 수 있다”는 생각. 장애인 여행이라고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장애인만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장애인도 함께하는, 모두를 위한 여행(Tourism for All)이 뿌리내리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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