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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휠체어 성화 봉송, 장애인 학습센터, 어린이 재활병원… 그대들이 있어 세상은 따뜻합니다

휠체어 성화 봉송, 장애인 학습센터, 어린이 재활병원…

그대들이 있어 세상은 따뜻합니다

2014-04-18

‘장애인의 날’ 16명 훈·포장·표창

서울아시안게임 개막이 코앞이던 1986년 여름, 당시 기계체조 국가대표 선수였던 고등학교 1학년 소녀는 이단 평행봉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137㎝에 30㎏이었던 이 소녀는 척수 장애인이 됐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가장 사랑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인 스포츠를 통해서 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고 결심했다. 10년이 넘는 재활훈련 끝에 그녀는 세상으로 나왔고, 1995년엔 중증 장애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스키캠프를 열었다. 그녀는 “화장실도 혼자 가기 힘든 중증 장애인들이 평생 처음 하얀 눈이 펼쳐진 스키장에 왔을 때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 “응원하는 마음, 하늘까지 날려요” LIG그룹이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17일 오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LIG그룹 장애인 축구단 서포터즈 발대식’을 가졌다. LIG 임직원 등 서포터들이 축구공 모양의 풍선을 날리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권중원 회장대행을 비롯한 대한장애인축구협회 임원들과 장애인 축구 선수, LIG 계열사 임직원 등 110명가량이 참석했다. ㈜LIG 이외에도 LIG손해보험, LIG넥스원, LIG손해사정, LIG시스템, 휴세코 등 계열사들이 모은 장애인 축구 발전 기금 1억원도 전달됐다. /뉴시스

바로 김소영(43) 한국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장의 이야기다. 김 센터장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휠체어를 타고 성화 봉송 주자로 참여했다. “많은 중증 장애인에게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1991년부터 장애인들에게 휠체어 보내는 사업을 해온 김 센터장은 지난해부터 척수장애인재활센터에서 장애인들의 재활과 사회 복귀도 돕고 있다.

한정석(63) 서울시립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장은 태어날 때부터 두 눈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당시만 해도 시각 장애인이 쓸 만한 교재가 없어 포기해야 했다”고 했다. 한 관장은 지난해 자신이 대표로 있는 복지관에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EBS 수능 강의를 해설해 주는 ‘학습지원센터’를 만들었다. 그는 “나처럼 배움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 시각 장애인이 없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김소영, 한정석, 백경학, 이경욱.

장애인 지원 전문 단체인 푸르메 재단을 설립한 백경학(51) 푸르메 재단 상임이사는 얼마 전 어린이 전문 재활 병원 기공식을 하며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백 상임이사는 “병원을 짓기 위해 모인 국민들의 성금에 감사해서 그랬다”며 “병원이 어린이들의 재활뿐만 아니라 그 어린이들이 직업교육을 받고 사회로 나아가는 통로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위한 보조 기구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을 구상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20일 ‘제34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이들처럼 장애인 인권과 복지 향상에 헌신한 유공자 16명에게 훈·포장과 표창을 수여하기로 했다. 한 관장 외 3명은 국민훈장을, 백 상임이사 외 2명은 국민포장을 받는다. 김 센터장 외 5명도 대통령 표창을 받고, 전국 최초로 장애인 운전재활센터를 만든 이경욱(56)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운영위원장 등 4명은 국무총리 표창을 받게 됐다. 이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 기여한 장애인들도 ‘올해의 장애인상’을 받는다. 장애인의 권리 찾기와 관련 조례 제·개정에 힘쓴 안승서(여·50) 대전장애인인권포럼 대표 등 3명이 주인공이다. 다만 당초 18일로 예정됐던 장애인의 날 기념식은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로 무기한 연기됐다.

이동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