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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재봉틀 한대로 시작… 美 패션계 사로잡았죠”

“재봉틀 한대로 시작… 美 패션계 사로잡았죠”

2017-10-03

[글로벌 패션 회사 ‘로빈케이’대표 빌리 강·제니 강 부부]

20대 때 渡美해 밑바닥부터 시작… 1800만원 전재산 털어 회사 설립… 매출 수천억원의 회사로 키워
한국·미국 오가며 기부에도 적극 “청년 디자이너에 도움주고 싶어”

동양인에겐 아직 척박한 미국 패션계에서 ‘성공 신화’를 쓰는 한인(韓人) 출신 부부가 있다. 빌리 강(50·한국 이름 강경원) 로빈케이 인터내셔널 회장과 제니 강(45·한국 이름 강은희) 부회장이다.

부부가 2004년 LA에서 시작한 ‘로빈케이’는 미국과 동남아 등 7국에 생산 기지를 둔 국제적 패션 회사가 됐다. ‘로앤디’ ‘코너스’ 등 여섯 브랜드를 거느리고 1년에 신상품 약 5000개를 출시하며 400만 벌 넘게 생산한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찾는 LA 중심가에도 쇼룸을 뒀다. 최근 서울 논현동에 편집숍을 열면서 한국을 찾았다.

최근 서울 논현동에 편집숍을 연 글로벌 패션 회사‘로빈케이’빌리 강(왼쪽) 회장과 제니 강 부회장 부부는“한국 청년 디자이너들의 세계 진출을 돕고 싶다”고 했다
최근 서울 논현동에 편집숍을 연 글로벌 패션 회사‘로빈케이’빌리 강(왼쪽) 회장과 제니 강 부회장 부부는“한국 청년 디자이너들의 세계 진출을 돕고 싶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빌리씨는 한국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1992년 단돈 50달러를 들고 도미(渡美)했다. 사진을 전공한 제니씨는 1994년 미국으로 건너가 패션 디자인을 공부했다. 제니씨는 디자이너와 구매 담당(MD)으로 일했고, 빌리씨도 방황 끝에 패션업계에 뛰어들었다. 미국에서 만나 1995년 결혼한 부부는 “낮에는 학교 다니고 밤에는 일하면서 불철주야 온갖 차별을 견뎠다”고 했다.

빌리씨는 1998년 ‘파워트레이딩USA’라는 회사를 세우고 우리의 동대문시장 격인 ‘자버 마켓(Jobber Market)’에서 중개상으로 일했다. 2004년 제니씨가 합류했다. 부부는 전 재산 1800만원을 털어 자신들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로빈케이’의 시작이다. 남편이 경영과 영업, 아내가 디자인과 제작을 맡았다. 6.6㎡(2평) 공간에 봉제 기계 한 대 놓고 옷을 만들었다.

첫 주문을 받았을 땐 제품을 다 생산해놓고도 소재에 문제가 생겨 전량 반품 처리됐다. 2007년 미국 금융 위기 땐 바이어들이 한꺼번에 수십억원어치 주문을 취소했다. 폐업을 결심했지만 믿고 따라주는 직원들 생각에 포기할 수 없었다. 꾸준히 생산량을 늘려가며 신용을 쌓고 유통망을 개척해 성공을 일궜다.

부부는 “지역에서 번 돈은 그곳에 환원한다”는 철학이 있다. 2011년부터 미국 아시아골수기증협회 주최 ‘미러클 콘서트’에 매년 수천만원씩 후원해왔다. 3년 전 닻을 내린 한국에서도 기부를 시작했다. 가수 션(45)의 소개를 받아 푸르메재단이 지난해 서울 상암동에 지은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기부금을 쾌척했다. 푸르메재단 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 ‘더 미라클스’의 10번째 회원이 됐다. 부부는 한국에 올 때마다 병원을 찾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하루는 병원을 나오면서 ‘래리 엘리슨 오러클 창업자가 1억달러를 기부했다’는 뉴스를 봤다. 빌리씨는 “사업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부모의 빈부(貧富)에 따라 출발선 자체가 달라지는 게 안타까웠다”고 한다. 미국에서 대학생들 재능 기부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예체능 강의를 제공하는 ‘로빈케이 아트 러닝센터’를 준비 중이다. 부부는 “능력이 있어도 네트워크가 부족한 한국의 청년 디자이너들이 세계 무대로 나가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김은중 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02/201710020165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