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이가 없으면 잇몸? 장애인에게 치아는 '생존 문제'"

"이가 없으면 잇몸? 장애인에게 치아는 '생존 문제'"

2017-09-20

'10주년' 푸르메치과와 함께 한 치위생사 정희경씨
"환자 40%가 의료급여 수급자…기관·기업 후원 절실"

개원 10주년 푸르메치과 '산 증인' 정희경 팀장 (서울=연합뉴스) 개원 10주년을 맞은 국내 민간 최초 장애인전문 치과병원 푸르메치과의 정희경 치과팀장이 20일 치과를 찾은 환자에게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2017.9.20 [푸르메재단 제공] photo@yna.co.kr
개원 10주년 푸르메치과 '산 증인' 정희경 팀장 (서울=연합뉴스) 개원 10주년을 맞은 국내 민간 최초 장애인전문 치과병원 푸르메치과의 정희경 치과팀장이 20일 치과를 찾은 환자에게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2017.9.20 [푸르메재단 제공]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은 무서운 말이에요. 잇몸으로는 살 수 없습니다. 장애인에게 치아는 생존의 문제예요."

민간 최초 장애인 전문 치과병원 푸르메치과 치위생사 정희경(51) 치과팀장은 20일 이렇게 말했다. 푸르메치과는 2007년 7월 민간 최초로 설립된 장애인 전문 치과병원으로, 올해 개원 10주년을 맞았다.

정 팀장은 푸르메치과 개원 당시 유일한 치위생사였다. 개인 사정으로 잠시 퇴사했던 기간을 빼면 푸르메치과와 거의 10년을 함께 했다.

개원 당시 푸르메치과는 일반 사무실 건물에 세들어 고작 49.5㎡(15평) 공간에 진료의자 2개를 놓고 진료를 시작했다. 지금은 서울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재단 건물 1층에 125.4㎡(38평) 규모로 확장됐고, 진료의자도 4개로 늘었다.

정 팀장은 푸르메치과에서 일하기 전 강남의 한 대형 치과에서 근무했다. 그는 "경쟁적으로 환자를 유치하며 전쟁터같이 일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후 푸르메치과 개원 소식을 접하고 바로 이력서를 냈다.

이전 직장보다 급여가 30% 이상 적고 매일 장애인 환자를 대하는 어려움도 상당했지만, 치과 치료가 장애인의 치아 건강을 돌보는 한편 이들이 자존감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을 보면서 힘을 냈다.

그는 "지적장애를 앓는 20대 남성 환자가 있었는데, 앞니가 몇 개 없어서 잘 웃지 않고 소심한 성격이었다"면서 "치아가 빠진 자리에 보형물을 해줬더니 몇 주 뒤 한껏 멋을 부리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러 와 깜짝 놀랐다"며 웃었다.

10년 동안 푸르메치과를 다녀간 장애인 환자는 약 5천900명에 이른다. 치료비를 낼 여력이 없었던 환자 174명은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등 기관·기업 후원금 5억3천900여만원으로 치료비를 지원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기관·기업의 민간재단 후원이 대부분 끊겨 푸르메치과도 당분간 치료비 직접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정 팀장은 "치과를 찾는 환자의 약 40%가 의료급여 수급권자"라면서 "이런 분들은 한 달에 수급비 30만∼40만원이 나오면 10만원 저축하기도 힘든 형편이라 치과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 치료비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금으로 재단이나 치과 살림을 늘리는 게 아니라 당장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위해 쓴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전국 각지에 장애인 전문병원이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푸르메치과서에서는 개원 10주년 기념식이 열린다. 축하공연과 공로자 감사장 수여식 등이 진행되며, 김영종 종로구청장, 강지원 푸르메재단 이사장, 초대 원장이었던 장경수 전 서울대 치대 교수, 후원 기업 관계자 등이 참석한다.

hyo@yna.co.kr

출처 :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9/19/0200000000AKR20170919179400004.HTML?input=1179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