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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강서구 특수학교는 4년째 갈등 주민 설득·소통으로 님비 없는 푸르메재활병원

[현장기획]강서구 특수학교는 4년째 갈등 주민 설득·소통으로 님비 없는 푸르메재활병원

2017-09-11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외경. 병원 바로 옆에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이 곳은 장애아들이 많이 찾는 병원이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박정렬 기자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외경. 병원 바로 옆에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이 곳은 장애아들이 많이 찾는 병원이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박정렬 기자

서울 마포구 상암동 고층 아파트 숲에 눈에 띄는 건물이 있다. 투명한 유리로 된 지상 7층짜리 신축 건물이다. 멀리서 보면 도서관이나 사무실처럼 보인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이 병원은 뇌성마비·유전 질환 아동의 재활을 돕고 발달 장애 아동을 치료하는 등 몸과 마음이 아픈 어린이 진료 전문이다.

장애아 찾는 서울 상암동 병원, ‘님비’는 남의 일
인근 주민 “공원처럼 편의시설 중 하나로 생각”
주민들 병원 수영장·도서관 자유롭게 이용

설립 전엔 반대 의견 많아, 꾸준한 대화로 해소
병원 들어선 뒤 수영장 등 인프라 공유로 ‘인기’

설립 1년 반 정도지만 주민-장애아 모두 ‘윈윈’
집값도 영향 없어…”주민이 자랑스러워하기도”

20년 전 들어선 서울 밀알학교도 주민 사랑방
강서구 가양동 등 장애아 시설 갈등에 ‘시사점’

11일 오전 부모와 아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모(38·서울 성북구)씨는 뇌병변 장애가 있는 아들(2)과 매일 이 병원에 온다. 지금까지 한 번도 주민들의 불편한 시선을 느낀 적이 없다. 이씨는 “장애아도 말과 행동이 조금 다를 뿐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똑같다”며 “특수학교 등을 꺼려하는 주민들이 좋은 사례를 많이 보고 생각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병원의 주요 환자는 장애아동이다. 인근 주민들이 꺼리는 ‘님비(Not In My Backyard)’ 시설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특수학교 설립을 두고 주민·학부모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강서구 가양동과는 달랐다. 님비와 거리가 멀었다. 주민 임애수(63·여)씨는 “이런 곳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사는 곳에 재활병원이 들어온다고 해서 거부감이 크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공원처럼 편의시설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입구에 어르신들을 위한 '무더위쉼터'라는 안내 표지가 선명하다. 옆쪽에는 인근 주민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 내용도 나와있다. 병원 내에는 수영장, 어린이도서관 등 주민과 함께 쓰는 시설이 다수다. 박정렬 기자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입구에 어르신들을 위한 ‘무더위쉼터’라는 안내 표지가 선명하다. 옆쪽에는 인근 주민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 내용도 나와있다. 병원 내에는 수영장, 어린이도서관 등 주민과 함께 쓰는 시설이 다수다. 박정렬 기자

그렇다고 주민들이 처음부터 거부감이 없던 것은 아니다. 2010년 마포구청과 푸르메재단이 병원 설립을 처음 결정한 뒤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여기선 “왜 우리 동네에 이런 병원을 지어야 하냐”는 반대 의견이 많이 나왔다. 11일 만난 한 아파트 주민은 “아무래도 설명회를 할 때는 크게 반대하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특수병원이 들어서면 장애아들이 많이 보이고 우리 지역에 유입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11일 오전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수영장에서 인근 주민들을 위한 수영 강습이 진행되고 있다. 수영장은 장애아를 위한 재활 시간 외에는 주민들에게 개방된다. 박정렬 기자
11일 오전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수영장에서 인근 주민들을 위한 수영 강습이 진행되고 있다. 수영장은 장애아를 위한 재활 시간 외에는 주민들에게 개방된다. 박정렬 기자

병원에 들어선 편의시설도 주민을 위해 개방했다. 병원 내 수영장, 어린이도서관 등이 마포구민에게 개방되고 직업재활센터가 들어서는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됐다. 병원 로비는 여름철이면 어르신이 ‘무더위 쉼터’로 활용한다. 주민 벼룩시장을 여는 등 각종 행사와 공연도 병원 내에서 꾸준히 열린다.

병원 관계자는 “시설이 지역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면서 선입견을 많이 줄였다. 병원뿐 아니라 주민과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장애인 인식 개선의 첫걸음을 내딛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지역 주민들과 공유하는 공간이 많다. 주황색으로 표시된 곳이 지하 3층, 지상 7층의 건물에서 마포구민들에게 개방한 장소다. [사진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지역 주민들과 공유하는 공간이 많다. 주황색으로 표시된 곳이 지하 3층, 지상 7층의 건물에서 마포구민들에게 개방한 장소다. [사진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설립 1년 반이 된 재활병원은 이처럼 주민 인식이 개선되고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와 보호자들도 만족하는 ‘윈윈’ 사례가 됐다. 그 덕분에 병원 운영도 큰 잡음없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11일 병원 내 카페에선 청년들이 책을 읽고 있고 로비에서는 인근 주민으로 보이는 부모가 아이와 놀고 있다. 주민들은 수영장을 저렴하게 이용한다. 수영장에 등록한 주민이 500여명에 달한다.오후에는 유아·초등 프로그램이 열린다. 하루 평균 50명이 도서관을 찾는다.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체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정렬 기자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체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정렬 기자

수영을 마치고 나오던 박난희(60ㆍ여)씨는 “이웃들도 병원 요가·수영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처음엔 부대시설이 뭐가 들어올 지 몰랐다. 병원 설립 후에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주민들의 시선이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 놀이터에서 만난 김모(35)씨도 “병원에서 아이와 함께 수영을 배우고 있다. 다른 곳도 있지만 병원 수영장이 더 저렴하고 시설도 쾌적하다”며 웃었다.

집값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 지역에서 10년 넘게 부동산을 운영했다는 공인중개사 한모(55)씨는 “재활병원이 들어선 뒤 집값이 떨어지지 않았다. 부동산 입장에선 호재도 아니지만 악재도 아니다”면서 “병원 외관도 주변 건물과 비교했을 때 위화감이 없다. 이런 공공시설이 거주지에 들어섰다고 자랑스러워 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있는 어린이도서관. 마포구민에게 개방되며 하루 50여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사진 넥슨어린이재활병원]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있는 어린이도서관. 마포구민에게 개방되며 하루 50여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사진 넥슨어린이재활병원]
불만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병원 인근 아파트 단지의 한 가게 주인은 “이상한 아이가 와서 물건을 모조리 집거나 흐트러뜨리고 나가기도 한다. 그런 아이를 데려오는 부모들도 예민해서 상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는 적은 편이다. 박난희씨는 “강서구에선 특수학교를 짓는다고 주민들이 반대한다고 하는데 무조건 반대만 해선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애인 특수학교인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의 북카페를 이웃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1990년대 이 학교가 들어서려 하자 상당수 주민들은 "집값 떨어진다"고 반발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하지만 체육관과 미술관 등을 개방한 이 학교는 '주민 사랑방'이 됐다. [중앙포토]
장애인 특수학교인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의 북카페를 이웃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1990년대 이 학교가 들어서려 하자 상당수 주민들은 "집값 떨어진다"고 반발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하지만 체육관과 미술관 등을 개방한 이 학교는 '주민 사랑방'이 됐다. [중앙포토]
장애인 특수학교인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의 북카페를 이웃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1990년대 이 학교가 들어서려 하자 상당수 주민들은 “집값 떨어진다”고 반발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하지만 체육관과 미술관 등을 개방한 이 학교는 ‘주민 사랑방’이 됐다. [중앙포토]

서울 강남구의 특수학교인 ‘밀알학교’는 1997년 개교 전 인근 주민들이 통학버스 진입로를 막는 등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개교 후에 학교에서 체육관과 카페 등 내부 시설을 주민들과 공유하면서 ‘동네 사랑방’이 됐다. 11일 밀알학교 앞에서 만난 인근 아파트 주민 김모(61)씨는 “밀알학교에 커피를 마시러 종종 찾아간다. 장애 아동들이 다니는 학교라기보다는 우리 동네의 일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반면 여러 곳에서 장애아 시설을 둘러싸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강서구 가양동 옛 공진초 부지에 지적장애인 140명이 다니는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계획을 두고 줄다리기가 4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주민 토론회에선 장애아 학부모가 무릎을 꿇은 반면 주민들은 “국립한방병원을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곳 외에 서울 중랑구 특수학교인 ‘동진학교’도 주민 반대로 설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신현기 단국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장애아 시설을 설립하려는 곳에선 밀알학교나 어린이재활병원처럼 지역 인프라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주민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특수학교가 들어서도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나 지자체가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출처 : http://news.joins.com/article/21925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