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국무총리부터 경비원까지 1억 이상 고액 기부자 늘었다

국무총리부터 경비원까지 1억 이상 고액 기부자 늘었다

2014-11-29

인사이드 스토리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633명
2008년 6명서 100배 증가
최신원 회장 등 기업인 321명 최다
박지성 등 스포츠·방송스타 11명

한국 사회에 ‘통큰 기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운영하는 1억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의 회원 수는 28일 현재 633명에 달한다. 출범 이듬해인 2008년 6명에 비해 100배 이상 늘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처럼 국내에서도 개인 기부문화가 정착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솔선수범)를 실천하는 부자의 기부가 늘어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내년말 1000호 회원 탄생 전망

1998년 설립된 공동모금회는 ‘세 개의 빨간 열매’로 불리는 ‘사랑의 열매’로 잘 알려졌다. 공동모금회는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구현하겠다는 취지로 2007년 12월 아너 소사이어티를 출범시켰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미국 공동모금회의 고액기부자클럽인 ‘토크빌 소사이어티’(매년 1만달러 이상 기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1984년 20여명의 회원으로 출발한 토크빌 소사이어티는 현재 2만500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한국의 아너 소사이어티는 출범 후 6개월이 지나서야 남한봉 유닉스코리아 회장이 1호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초반 회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선 개인 기부문화가 제대로 정착돼 있지 않았다. 1억원이 넘는 큰돈을 내놓는 기부자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이름 공개를 꺼리기도 했다. 회원 수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건 2011년 말부터다. 당시 출범 5년째를 맞은 아너 소사이어티가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신뢰를 쌓아가면서 고액 기부자들이 큰 돈을 내놓은 대표적인 기부 창구가 됐다는 게 공동모금회 측의 설명이다. 회원 스스로 기부 용도를 지정할 수 있다는 점도 호응을 얻었다.

출범 이듬해인 2008년 6명에 불과했던 회원 수는 28일 현재 633명에까지 이른다. 지난해 210명에 이어 올해는 이달까지 195명이 가입해 출범 후 4년간 가입 회원 수(228명)의 두 배에 달한다. 이 추세라면 내년 말께 1000호 회원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르메재단, 1억원 이상 ‘더미라클스’ 출범

633명의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중 익명기부자 91명을 제외한 542명 중에선 최신원 SKC 회장 등 기업인이 321명(59.0%)으로 가장 많다. 정치인·공무원은 총 7명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해 2월 가입했다. 현직 국회의원은 새누리당의 박상은 의원(인천 중·동구·옹진군)과 정갑윤 국회부의장(새누리당·울산 중구) 등 두 명뿐이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20억원을 기부해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신고 재산 6억7000만원으로, 제19대 국회의원 평균 재산(18억6800만원)의 3분의 1 수준인 정 부의장은 “정치인들이 기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지성 전 국가대표팀 축구선수, 프로골퍼 최나연,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 영화배우 수애 등 스포츠·방송 스타도 11명이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고액을 기부한 경우도 있다. 한성대에서 건물 경비원으로 일하는 김방락 씨(67)는 최근 “경비원 직업을 가진 사람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1억원을 약정해 화제가 됐다.

비영리 시민단체인 푸르메재단도 아너 소사이어티를 벤치마킹한 ‘더미라클스’를 내달 2일 출범할 예정이다.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더미라클스는 푸르메재단이 장애 어린이들을 위해 서울 상암동에 짓고 있는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1억원 이상을 낸 기부자의 모임이다. 재단 홍보대사인 션·정혜영 부부와 박점식 천지세무법인 대표, 이철재 전 쿼드디맨션스 대표 등 네 명이 초대 더미라클스 회원이 됐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