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작은 나눔이 기적을…"

[눈사람] "작은 나눔이 기적을…"

2014-12-04

이철재 씨의 첫 인상은 전형적인 신사의 모습이었습니다. 반듯한 가르마의 지적인 외모에 잘 다려진 정장은 그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했습니다. 부드러운 말투와 여유로운 미소는 IT 업계의 성공한 사업가란 그의 경력을 더욱 빛나게 했지요.

이 씨의 첫 인상이 강하게 기억에 남은 것은 그가 휠체어에 앉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사와 휠체어’라는 두 단어가 조화를 이룰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것이지요. 장애는 품격마저 지우는 것이라 생각했던 저의 그릇된 편견이 초라하고 부끄러워진 순간이었습니다.

이 씨는 미국 유학 시절인 10대 때 교통사고를 당해 가슴 아래가 마비되는 중증 척수장애를 겪게 됐습니다. 고교 졸업장은 없었지만 대학의 문을 두드린 끝에 버클리 대학에 입학했지요. 박사과정 중에 실리콘밸리에 IT 업체를 창업했고 한국에 돌아와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설립해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성공한 장애인’으로 이름을 알린 이 씨는 기부를 시작했습니다. 매월 50만원씩 푸르메 재단에 정기기부를 하다가 장애어린이들의 재활 치료를 지원하기 위해 2012년 푸르메 센터 건립을 위해 10억 원을 쾌척했지요. 넥슨 김정주 회장에게도 장애어린이 지원의 필요성을 설명해 10억 원을 기부할 수 있도록 다리가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2일 오전 찾아간 푸르메 재단의 행사장에는 이 씨와 같은 고액기부자 네 명이 있었습니다. 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1억 원 이상을 기부하거나 기부할 것이라고 약정한 고액기부자들이었지요. 모임의 명칭은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더 미라클스(The Miracles)' 였습니다.

더 미라클스에는 이 씨를 비롯해 희귀난치병의 하나인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둔 천지세무법인의 박점식 회장도 있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의 대상을 받기도 한 박 씨는 “아들이 누워만 지내다 재활 치료를 통해 이제 출근을 같이 하게 됐다”며 “이런 기적을 함께 만들어보고 싶다”고 거액을 기부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온, 오프라인에서 하루 1만 원씩 일 년 동안 365만 원을 기부하는 ‘만원의 기적’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가수 션과 배우 정혜영 씨 부부도 흔쾌히 2억 원을 쾌척했지요.

현재 우리나라에는 어린이 재활병원이 한 곳 밖에 없습니다. 일본 180개, 독일 140개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게다가 이 한 곳마저도 대학병원에서 운영하는 부설 어린이 병원이어서 단기치료밖에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푸르메 재단은 이런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16년 3월 개관식을 목표로 어린이 재활병원을 건립하고 있습니다. 현재 19.82%의 공정율을 달성한 상태인데 총 건축비용 43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현재는 정부지원과 기부금을 합쳐 364억 원이 확보된 상태이고 66억 원이 부족한 상태이지요. 푸르메 재단은 더 미라클스 클럽 홍보를 통해 나눔의 손길이 더해져 남은 66억 원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현재까지 기부 현황에서 눈에 띄는 것은 36억 원이 조금 넘는 개인들의 기부입니다. 110억 원 넘게 확보된 기업기부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6000명 넘는 사람들이 천 원부터 많게는 억대의 기부를 통해 만들어진 금액입니다. 1억 원 이상 거액을 기부한 ‘더 미라클스’ 회원 뿐만 아니라 작은 나눔을 통해 기적을 이루고 있는 분들이 6천 명이 넘는 셈이지요.

더 미라클스 회원들에게 어떻게 하면 기부 문화가 확산될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이철재 씨는 “기부는 처음 한 번이 어려운데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며 “단 한 번이라도 나누는 기쁨을 실천해보면 무엇보다 즐거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각종 기부 활동으로 유명한 가수 션은 한국 특유의 ‘정(情)’을 언급했습니다. 조그만 것 하나라도 나누는 정이 넘치는 문화가 자기가 쥔 것을 놓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에 점차 압도당하고 있다고 말했지요.

조그만 나눔과 베품이 정말 기적을 만들어낸다는 믿음,
어쩌면 너무 쉽게 경험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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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메재단 기부계좌번호]

우리은행 1005-600-989825                                     국민은행 870301-04-013107
농      협 301-0027-7538-11                                    외환은행 630-005390-913
기업은행 024-062367-01-018

전화 한통으로 장애어린이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ARS: 060-700-1002

장훈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