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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조수미 “감독이 꼭 필요한 목소리라며 제안”

조수미 “감독이 꼭 필요한 목소리라며 제안”

할리우드 영화 ‘유스’ 출연한 소프라노 조수미

2014-12-30

소프라노 조수미 씨(52)는 지난 8월 할리우드 영화 ‘유스(Youth)’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영화 ‘그레이트 뷰티’로 올해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새 작품이다. 이탈리아 TV에서 조씨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한 소렌티노 감독은 “내 영화에 꼭 필요한 목소리”라며 출연을 제안했다.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케인이 주연하며 내년에 개봉할 예정이다.

29일 서울 푸르메재단(대표 이정식)에서 만난 조씨는 “소렌티노 감독이 ‘카라얀(지휘자)이 신이 내린 목소리라고 극찬한 이유를 알 것 같다’고 했다. 영화를 찍고 연주 투어를 다니느라 올해는 정말 바빴다”고 말했다.

그는 천성적으로 도전을 즐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30일 세종문화회관 송년콘서트에서는 노래 3곡을 처음으로 부른다. 세계적인 듀오 ‘시크릿 가든’ 히트곡인 ‘파스카글리아(Passcaglia)’에 한국어 가사를 붙인 ‘달꽃’, 빌라 로보스 ‘브라질풍의 바흐’, 토마소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를 부른다.

“‘브라질풍의 바흐’ 가사는 애수와 그리움을 담고 있어요. 저녁 노을을 보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울고 웃었던 추억을 처절하고 아름답게 노래해요. 첼로 솔로는 양성원 선생님이 맡아요.”

오르가니스트 신동일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에 맞춰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카사노바’ 중 ‘수녀들의 합창과 로라의 노래’도 들려준다. “인간의 목소리와 다른 악기가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공부하고 있어요. 관객들에게 새로운 곡을 들려주고 컨펌을 받는 게 제 숙제에요. 그래서 ‘나 가거든’(드라마 ‘명성황후’ 주제가)을 불러달라고 요청하면 ‘음반으로 들으세요’라고 거절해요.”

음악가로서는 변화를 즐기지만 사람을 아끼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장애 어린이들을 위해 휠체어 그네 2대를 푸르메재단에 기부했다. 휠체어를 탄 채 놀 수 있는 그네로 아일랜드 회사에 직접 주문해 제작했다.

“2년 전 호주에 갔다가 휠체어 그네를 봤어요. 너무 신기해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었는데 한국에는 제조회사가 없었어요. 아일랜드 회사에 주문해 복잡한 세관 절차를 거쳐 가져왔어요.”

그가 기부한 휠체어 그네를 탄 아이는 손과 발을 흔들며 환하게 웃었다. 과천시 장애인 복지회관과 서울 푸르메재단 옥상에 설치될 예정이다. “세계 투어를 다니면서 재활학교와 동물병원을 자주 찾아가요. 장애 어린이와 자연,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따뜻한 빛을 줄 수 있는 예술가요.”

지난 8월 대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후 그의 기부 활동은 더 탄력을 받았다.

그는 방한한 교황이 집전하는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영성체 시간에 성가를 불렀다.

“교황님을 만난 게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어요. 저는 말만 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하는데 교황님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분이세요. 교황님이 제 음반 ‘온리 바흐’를 자기 전에 듣겠다고 해서 큰 힘이 됐어요. 가난하고 아픈 사람을 위해 살고 싶어요.”

조씨의 2015년 새해 소망은 병든 지인들의 회복이다. 알츠하이머(치매)로 투병 중인 어머니와 로마 자택에 함께 사는 니나 할머니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

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