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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가슴 뿌듯한 나눔”

조준희 세브란스봄치과 원장 

주말 이른 아침, 푸르메미소원정대가 찾은 일산의 한 지적장애인생활시설. 40여 명의 장애인들이 나란히 앉아 치과진료를 기다립니다. 시선은 일제히 한 사람을 향해 있습니다. 바로 장애인들의 구강상태를 살펴줄 조준희 세브란스봄치과 원장입니다.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자로 나선 조준희 세브란스봄치과 원장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자로 나선 조준희 원장

장애인 향한 세심한 배려

조준희 원장이 거울을 들고, 어르신에게 아랫니를 보여줍니다. “여기 보이시죠? 이가 흔들흔들해요. 때가 많이 껴서 잇몸이 내려앉았어요. 오늘 물청소 하고 가야해요.” 의사소통이 어려운 어르신을 위해 쉬운 단어로, 몸짓을 섞어가며 이야기합니다.

“거기 그대로 계세요. 제가 갈게요.” 거동이 불편한 청년이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자 직접 자리를 옮깁니다. 잠시 입안을 들여다보더니 “많이 아프셨죠?”라고 물으며 마음을 다독입니다. 틈틈이 시설 종사자에게 장애인들의 구강관리도 당부합니다. “평소에 양치질 잘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치간칫솔을 이용하는 것도 좋아요.”

한창 진료를 이어가던 중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한 어르신이 입을 굳게 다물고는 진료를 받지 않겠다고 버팁니다. 봉사자들의 설득에도 꿈쩍도 하지 않자 조준희 원장이 나서봅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아픈 데가 있나, 없나 보기만 할게요.”

장애인의 구강상태를 살피고 있는 조준희 원장
장애인의 구강상태를 살피고 있는 조준희 원장

조준희 원장의 노력에 어르신이 입을 크게 벌립니다. 조준희 원장은 평소 보다 밝게 인사를 건네야 한다고 귀띔합니다. “유독 의사를 경계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에게는 두 배로 반가움을 표현하곤 해요. 그러면 조금 안심하시는 거 같아요.”

어르신의 마음이 바뀔세라 진료를 서두릅니다. 하지만 신중을 기합니다. “갑자기 입을 다물어 버리거나 몸을 움직이면 위험한데, 장애인들은 의사의 요구사항을 따르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장애인을 치료할 때는 신속, 정확해야 해요.” 진료 내내 장애인을 향한 조준희 원장의 세심한 배려가 눈에 띄었습니다.

꾸준히 재능을 나누는 이유

조준희 원장이 푸르메재단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13년. 우연히 푸르메치과에 들렀다 장애인들을 위해 이동진료를 하는 푸르메미소원정대를 알게 되었습니다. 치과의사로서 보람된 일을 찾고 있던 터라 고민 없이 바로 함께하고 싶단 뜻을 전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왜 내가 치과를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잘 하는 걸,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봤더니 장애인 진료더라고요. 대학병원에 있을 때 장애인을 주로 진료하는 교수님 옆에 있어서인지 장애인 진료가 친숙해요.”

장애인들이 웃으며 돌아갈 때 가장 뿌듯합니다. 계속 재능을 나누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언젠가 봉사활동을 마치고 가는데 제가 치료해준 소녀가 저를 보고 씩 웃더라고요. 치료할 때는 헛구역질이 심해서 힘들어 했는데….. 자신을 위해 뭔가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고마워하는 느낌이었어요. 그 소녀의 미소를 잊을 수가 없어요.”

아들과 함께 봉사현장을 찾았던 조준희 원장 (푸르메재단 DB)
아들과 함께 봉사현장을 찾았던 조준희 원장 (푸르메재단 DB)

자녀들과 봉사현장을 찾기도 했던 조준희 원장. 2014년에는 아들과, 2015년에는 딸과 함께 했습니다. “나눔이 뭔지, 아빠가 뭘 하는 사람인지 알려주고 싶어서 아이들을 데려 왔었어요. 집에 가면서 푸르메미소원정대원이 된 소감을 나누는데 너무 좋았어요. 얼마 전엔 아들이 편지를 써줬는데, 아빠처럼 뚜렷한 목표를 갖고 만족할만한 삶을 사는 게 희망이란 문구에 뭉클하더라고요.”

4년 째 푸르메미소원정대와 함께하고 있는 조준희 원장에게 감사장을 전달했습니다. 소감을 물었더니 손사래를 치며 겸손한 답변을 내놓습니다. “꾸준할 뿐, 자주 오진 못했어요. 그게 저는 죄송한걸요. 쑥스럽네요. 여건이 되는 한 지금처럼 푸르메미소원정대원으로 활동하고 싶어요. (웃음)” 재능기부로 장애인들에게 환한 미소를 선물하는 조준희 원장, 참 고마운 인연입니다.

푸르메재단 박금희 사무국장에게 감사장을 전달받은 조준희 원장
푸르메재단 박금희 사무국장에게 감사장을 전달받은 조준희 원장

 

*글, 사진= 김금주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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