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바른 걸음’

혜진이(11)가 한발, 두발 엄마 이윤정(45) 씨를 향해 다가옵니다. 엄마는 손뼉을 치며 응원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열한 살 혜진이가 바르게 걷는 모습을 처음 마주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게 꿈만 같은 엄마는 혜진이와 걷고, 또 걸어봅니다.


SPC그룹의 나눔으로 다리 교정 수술을 받고 ‘바른 걸음’을 찾은 혜진이
SPC그룹의 나눔으로 다리 교정 수술을 받고 ‘바른 걸음’을 찾은 혜진이

한발, 두발 ‘앞으로’


혜진이가 엄마 손을 맞잡고 휠체어에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오른쪽 발을 천천히 앞으로 내밉니다. “혜진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앞으로! 그렇지.” 엄마 목소리에 잔뜩 힘이 실립니다. 손을 놓자 휘청거리는 혜진이. 하지만 침착하게 균형을 찾고, 다시 앞으로 나아갑니다.


3개월 전 받은 다리 교정 수술의 결과입니다. “수술 전만해도 넘어질 듯 말 듯 뒤뚱뒤뚱 걸었어요. 몇 걸음 못가 넘어지기 일쑤였죠. 다치기도 많이 다치고, 보고 있으면 조마조마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바른 자세로 잘 걸어요. 너무 신기해요.”


엄마의 머릿속에는 인고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혜진이가 생후 17개월 갑자기 의식불명에 빠졌어요. 뇌혈관이 좁아지는 희귀난치성 질환 모야모야병이 원인이었죠. 두 차례에 걸친 뇌수술 끝에 깨어났지만 의사는 혜진이가 서지도, 걷지도 못할 거라고 했어요. 절망적이었지만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더라고요.”


엄마 손을 맞잡고 걷고 있는 혜진이
엄마 손을 맞잡고 걷고 있는 혜진이

부담스러운 ‘수술비’


엄마는 재활치료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병원으로 향했어요. 하던 일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죠. 힘들지만 혜진이를 위해 죽기 살기로 버텼어요.” 그러길 8년, 기적이 찾아왔습니다. 혜진이가 걸음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보조기구 없이는 불가능하지만, 혜진이가 혼자 힘으로 서더니 조금씩 걷더라고요.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기쁨도 잠시,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혜진이의 걸음걸이가 이상했습니다. “점점 양쪽 다리의 길이가 달라지고, 두 발에 변형이 왔어요. 절뚝거리며 걷는 건 그렇다 치고, 통증이 심해서 혜진이가 많이 힘들어 했어요. 지켜보는 저도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르겠더라고요.”


병원에서는 다리 교정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수술비였습니다. “의사선생님은 제때 수술을 받으면 좋아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수술비를 마련할 길이 없었어요. 정부에서 받는 수급비로 겨우 생활하고 있는데다 그동안 쌓인 치료비만도 어마어마하거든요. 막막했어요.”


수술비 때문에 혜진이의 수술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는 엄마 이윤정 씨
수술비 때문에 혜진이의 수술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는 엄마 이윤정 씨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준 ‘나눔’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조금 늦더라도 수술비를 마련해보리라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힘에 부쳤습니다. 혜진이의 병원 예약 날짜를 바꾸길 수차례.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엄마는 못내 서글펐습니다. 그때 SPC그룹이 손을 내밀었습니다.


수술비, 입원비 지원 덕분에 걱정 없이 수술을 받고 재활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빠르게 회복 중인 혜진이. 요즘 웃음이 부쩍 늘었다고 엄마가 귀띔합니다. “혜진이가 예쁘게 걸을 수 있게 돼서 좋아해요. 이전에는 잘 못 걷다 보니 주변의 시선에 위축되곤 했거든요. 그런데 이젠 학교 가는 것도 좋아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요.”


엄마는 그저 모든 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혜진이가 걷기 시작하니 뛰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돌이켜보니 욕심이더라고요. 물론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수술조차 받을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 이대로도 행복해요. 혜진이에게 바른 걸음을 선물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웃음)”


수술 후 회복 중인 혜진이와 엄마 이윤정 씨
수술 후 회복 중인 혜진이와 엄마 이윤정 씨

*글, 사진= 김금주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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