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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삶’이 시작되는 곳

[국내 착한 작업공동체 견학] 나로센터

 

영등포시장역을 나와 5분 정도 걸어가니 세련된 외관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발길을 잡아끄는 지상 7층의 시원한 경관. 국내 최초의 뇌성마비 장애인 직업재활센터인 ‘나로센터’를 찾았다.

나로센터는 중증뇌성마비 장애인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14년 한국뇌성마비복지회에서 설립했다. 1978년 창립한 한국뇌성마비복지회는 뇌성마비 장애인의 재활과 복지를 위해 의료, 교육, 직업재활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 얼핏 우주항공을 연상시키는 명칭인 ‘나로’는 ‘모든 일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우리가 된다’는 장애인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국내 최초 뇌성마비 장애인 직업재활센터 나로센터 전경 (나로센터 제공)
국내 최초 뇌성마비 장애인 직업재활센터 나로센터 전경 (나로센터 제공)

뇌성마비 장애인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된 나로센터는 1층 카페, 2~4층 전자제품 보호작업장‧도예 사회적기업, 5층 장애인치과, 6층 베이킹 작업장, 7층 통증치료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터뿐만 아니라 쉼터를 적절히 배치해 전일제로 근무하는 장애인들의 복지를 세심하게 배려했다.

푸르메재단에 행복한베이커리&카페가 있다면 나로센터에는 ‘카페 35cm’가 있다. 파란색 동그란 간판을 단 이곳은 바리스타의 꿈을 키우는 뇌성마비 장애인의 일터이자 근로장애인의 휴식 공간이기도 하다. 바리스타 전문자격증을 소지한 뇌성마비 장애인 2명과 비장애인이 함께 커피를 만든다. 마침 서너 명의 장애인들이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생과일주스까지 여느 커피전문점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 장애인 직원이 능숙한 솜씨로 만든 커피 맛이 좋았다. 박세영 한국뇌성마비복지회 사무국장이 엄지를 치켜들며 맛보라고 권유한 치즈케이크와 당근케이크도 일품이었다. 조각케이크뿐만 아니라 스콘과 구키 등 각종 디저트류를 판매한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소품이 놓여 있는 이곳에서는 재즈 공연과 같은 문화행사도 자주 열린다.

뇌성마비 장애인의 일터와 쉼터가 되고 있는 카페 35cm.
뇌성마비 장애인의 일터와 쉼터가 되고 있는 카페 35cm.

‘라피드보호작업장’으로 들어서니 유니폼을 맞춰 입은 근로장애인들이 부품을 끼우고 나사를 조이는 일련의 작업에 한창 몰두하고 있었다. 여기서는 차량용 블랙박스, 가스안전차단기, 키패드, 카드리더기 등 전자제품을 조립‧포장하는 임가공을 진행한다. 좌우로 뻗은 약 15미터 길이의 생산라인은 근로장애인 편의에 맞춰 전동휠체어와 특수의자가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60여 명의 장애인들이 전문가의 지도를 받으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근무한다. 월평균 급여는 48만 원으로 보호작업장 평균 급여인 38만1천 원(2016 장애통계연보)을 상회한다. 박세영 사무국장은 “결석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대부분 책임감을 갖고 일한다”고 말한다. 더 많은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도록 영등포구청 일자리지원과와 연계해 꾸준히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가스안전차단기와 블랙박스 등 전자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라피드보호작업장.
가스안전차단기와 블랙박스 등 전자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라피드보호작업장.

초창기에는 거래 업체에서 반품을 했을 만큼 어려움을 겪었지만, 몇 년 새 품질과 기술력을 갖춰 나가고 성실하게 납품을 해나가면서 현재는 작업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로 지정된 라피드보호작업장은 주로 가스안전공사를 비롯한 공공기관에 납품한다.

어려운 점은 없을까. 황세연 라피드보호작업장 팀장은 “제품 생산보다 판매가 문제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제도가 있지만, 공공기관에서 휴지와 복사용지 등 생필품으로 할당량을 채우는 경우가 많아서 늘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며 일반 기업처럼 전국을 다니며 영업을 하고 경쟁입찰에 참여한다.

라피드보호작업장이 납품하고 있는 다양한 전자제품.
라피드보호작업장이 납품하고 있는 다양한 전자제품.

‘꿈을 일구는 마을’은 도예와 칠보공예작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반죽된 흙을 물레 위에 놓고 정성을 다해 성형 작업을 하고 있었다. 도예 경력이 10년 가까이 되는 수준급 실력. 공방 한편에 전시된 그릇, 컵, 화병, 칠보액자 등 다양한 작품이 눈길을 끈다. 부드러운 색감의 도자 화병 가격을 묻자 훈련생의 작업 시간을 환산해 15,000원으로 책정됐다고 한다. 지역주민과 초‧중‧고등학생 대상으로 진행하는 도예체험교실은 호응도가 높은 편이다.

도예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뇌성마비 장애인.
도예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뇌성마비 장애인.

통증치료실은 사내 복지서비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평소 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운 근로장애인들에게 통증을 완화해주는 전기치료와 초음파치료를 지원한다. 한 근로장애인이 최신 치료기기가 완비된 공간에 누워 치료받고 있었다. 중증장애인의 구강의료를 지원하는 스마일재단에서 개설한  ‘더스마일치과의원’은 근로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들을 위한 전문 치과치료를 전담한다.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건강관리를 돌보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나로센터 근로장애인의 치과치료를 전담하고 있는 더스마일치과의원.
나로센터 근로장애인의 치과치료를 전담하고 있는 더스마일치과의원.

나로센터는 시민 2만여 명의 힘으로 문을 열었다. 건물구입비와 증축공사비 등 건립비로 약 100억 원이 소요되었는데, 정부 지원 없이 오로지 한국뇌성마비장애인복지회의 후원자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기부금이 든든한 재원이 된 것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협회 40년 운영 전문성을 바탕으로 뇌성마비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업재활 모델을 계속 발굴해나갈 계획. “근로장애인들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일을 마치면 동료들과 술 한 잔 하며 귀가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통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 충분한 준비와 철저한 점검, 과감한 투자를 통해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한다”고 박세영 사무국장은 강조한다.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손에서 탄생한 화병, 컵, 그릇 등 도예 작품.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손에서 탄생한 화병, 컵, 그릇 등 도예 작품.

 

합계 지적 지체 정신 자폐성 시각 뇌병변 청각 언어 뇌전증 기타
13,616
(100.0)
10,348
(76.0)
838
(6.2)
725
(5.3)
786
(5.8)
345
(2.5)
343
(2.5)
156
(1.1)
28
(0.2)
21
(0.2)
2
(0.2)

장애인직업재활시설(보호작업장) 장애유형별 이용 장애인
(보건복지부(2016), 2015년도 장애인직업재활시설 및 판매시설 운영실적 분석보고서)

국내 보호작업장을 이용하는 뇌성마비를 포함한 뇌병변장애인 비율은 2.5%에 불과하다. 지적장애와 같은 다른 장애유형에 비해 신체적 제약이 커 이제껏 소외당했던 뇌성마비 장애인에게 숨통을 틔워주고 있는 나로센터. 장애인에게도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것을 나로센터가 보여주고 있다. 나로센터가 좋은 선례가 되어, 장애로 인해 취업 사각지대에 놓인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삶의 질이 지금보다 나아지길 바라본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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