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애인 문화예술의 저력

[미국 장애인 생활시설 견학] 5편 크리에이티브센터(The Creative Center)


 


장애인 문화예술 창조 공간 크리에이티브센터.
장애인 문화예술 창조 공간 크리에이티브센터.

“올해로 40주년을 맞는 크리에이티브센터(The Creative Center)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센터는 총 면적이 3에이커(acre, 약 3,672평)이지만 이곳의 임대료는 연간 1달러입니다.”


크리에이티브센터 메릴린 미첼(Marilynn Mitchell) 이사장의 이야기를 듣고 매우 놀랐다. 샌프란시스코는 2016년 1베드룸 기준으로 월 3,400달러(약 412만 원)로 뉴욕을 제치고 임대료가 가장 비싼 지역이다. 이곳에서 4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긴 했지만 연간 임대료가 고작 1달러라니.


바이올렛 긴스버그(Violet Ginsberg) 여사가 1977년 설립한 크리에이티브센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전초기지인 캠프 배빗(Camp Babbitt) 안에 있던 도금공장, 얼음공장, 헛간, 창고 공간을 활용해 문을 열었다. 1978년 ‘장애인훈련센터’에서 지금의 ‘장애인창작센터’로 명칭을 바꿔 40년간 연간 100명의 장애인이 이용하는 다양한 문화예술 창작 전용시설로 발전했다.


메릴린 미첼 크리에이티브 이사장.
메릴린 미첼 크리에이티브 이사장.

센터는 지자체인 바실리아(Visalia)와 연간 1달러의 임대계약을 맺고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임대료가 1달러인 이유에 대해 미첼 이사장은 “장애인의 문화예술에는 그들의 땀과 노력의 소중한 가치가 담겨있기 때문에 센터의 공익적인 활동과 역할에 대해 지자체가 정한 가장 합리적인 임대료”라고 설명한다.


무대에서 공연 중인 장애인 예술가.
무대에서 공연 중인 장애인 예술가.

무대에 공연을 올리기 위해 길게는 7년을 연습하는 장애인 예술가들의 열정을 그 예로 들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준비된 공연에는 매회 400명이 넘는 지역주민들이 공연장을 가득 메우고, 관람료도 5달러(약 6천 원)가 넘는 수준 높은 작품이 선보여 지역주민들에게 문화적인 만족감을 준다고 한다. 메릴린 미첼 이사장은 “바로 이런 것이 장애인이 비장애인들에게 주는 문화적 역통합”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예술창작활동 프로그램 외에도 합창과 핸드벨, 무용, 컴퓨터 교육, 요가활동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수준 높은 체육활동 서비스도 제공되어 전체 인원의 50%가 스페셜 올림픽에 참가할 정도라고 한다.


미술활동을 하고 있는 장애인 예술가. (출처 : 크리에이티브센터 홈페이지)
미술활동을 하고 있는 장애인 예술가. (출처 : 크리에이티브센터 홈페이지)

프로그램은 개별과 그룹으로 나눠지며 장애인 8명과 지도교사 1명이 하루 2개 수업씩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진행된다. 이용자의 대부분은 발달장애인이다. 프로그램 강사 18명은 문화예술과 심리학 학위 소지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행정과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직원은 모두 무급 자원봉사자라는 얘기에 다시 한 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조형예술 교육실.
조형예술 교육실.

제임스 지슬러(James Ziessler) 씨는 은퇴한 뒤 8년 전부터 장애인들에게 찰흙과 철제를 이용한 조형예술을 가르치고 있다. 1년 단위로 진행되는 모든 프로그램은 장애인의 욕구와 재능에 따라 교육기간이 조정된다고 한다. 제임스 씨는 “장애인들의 예술적 감각과 창의성에 대해 매일 놀란다”고 말한다. 특히 장애인들이 만드는 조형 작품은 지역주민들에게도 독창성을 인정받아 매년 열리는 5km 자선마라톤에 장애인들이 만든 도자기 메달이 사용되고 있다.


장애인들이 제작한 도자기 메달.
장애인들이 제작한 도자기 메달.

이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창작된 예술작품들은 센터 내에 마련된 존 긴스버그 갤러리(John Ginsburg Gallery)에 전시된다. 지역주민들이 언제든지 관람할 수 있으며 바실리아 지역의 당당한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시작품 판매액의 85%는 작가에게 주어지며 15%는 재료비로 책정돼 작가의 경제활동에 지원된다. 하나의 작품을 팔아서 650달러(약 78만 원)의 수익을 낸 장애인도 있다고 한다. 장애인 예술인 양성과 경제활동을 동시에 지원하는 방식에서 미국 장애인의 창작활동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려는 센터의 세심한 노력이 엿보인다.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된 갤러리.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된 갤러리.

장애인을 문화예술인으로 양성하고 예술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또 다른 힘은 무엇일까? 그 물음에 대해 아만다 구아자르도(Amanda Guajardo) 이사는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지금 여러분이 서있는 바닥을 봐주세요. 붉은색 벽돌에는 우리 센터를 후원한 시민과 단체, 지역기업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벽돌 한 장이 200달러(약 24만 원)입니다.” 음악 콘서트, 와인치즈 파티, 공연행사, 슈퍼볼 결승전날 5km 걷기행사, 크리스마스 음반 및 카드판매 등 다채로운 행사를 후원자들과 함께 진행한다고 한다.


크리에이티브센터의 2016년 연간 예산은 80만 달러(약 9억 2,000만 원)로 83%는 비영리기관(NGO)인 CVRC(Central Valley Regional Center)를 통해 지원받고, 나머지 17%는 센터 작품 판매수익금과 모금, 지역사회 기부금(매년 평균 약 3,500만 원)을 통해 마련해 나가고 있다.


후원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기부벽돌.
후원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기부벽돌.

문화예술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하는 문화예술의 역통합 방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크리에이티브센터.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지금보다 앞으로의 40년이 더욱 기대된다.


문화예술 향유권은 장애인권리협약(UNCRPD)에 따라 UN이 천명한 모든 영역에서 차별 없이 누려야 하는 기본권이다. 한국은 2015년 4월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 등에 차별을 느끼지 않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고 그 대상시설을 확대하는 법률’을 만들었다. 문화예술 시설이용 편의시설 확충에만 제도적인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같은 해 11월 우리나라 최초로 ‘장애인문화예술전용시설(이음센터)’이 뒤늦게나마 개관해 이제 걸음마 단계이다.


미국은 비영리단체를 중심으로 40년 동안 장애인들에게 문화예술 활동교육, 전문 예술인 양성, 경제활동 지원, 지역 문화공동체를 단계적으로 조직해온 반면 한국은 장애인 문화예술센터를 짓기 위해 375억 원을 한꺼번에 투자했다.


두 나라의 장애인 문화예술 정책의 차이를 보면서 그 넓은 간극이 하루 빨리 메워져 모든 장애인이 문화예술을 기본권으로 향유하는 기회가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글= 채춘호 직업지원팀장 (종로장애인복지관)

*사진= 최한성 직업재활사 (과천시장애인복지관)


크리에이티브센터(The Creative Center)

주소 : 606 N Bridge St, Visalia, CA 93291

전화 : (559) 733-9329

홈페이지 : www.thecreativecenter-visal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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