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섹션

[중앙일보] 1억 기부 작년엔 3800만원, 올핸 2200만원 돌려 받아

1억 기부 작년엔 3800만원, 올핸 2200만원 돌려 받아

2015-02-13

350만원 기부한 직장인 경우
환급액 84만원 → 52만원으로
1000만원 이상 기부자 1500명
많이 낼수록 혜택 줄어 직격탄

세무법인 천지 박점식(61) 회장은 5년 전부터 매년 4000만~5000만원을 기부해왔다. 매년 세금 환급을 받아서 거기에 돈을 더 얹어 다시 기부해 왔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밝지 않다. 아직 계산을 안 해봤지만 환급액이 크게 줄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회장은 때때로 억대 기부를 한다. 지난해 말 푸르메재단에 1억원 기부 약정을 했다. 하지만 아직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기부금 관련 세제가 세액공제로 바뀐 뒤 올해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박 회장은 “세금 환급액이 수천만원 차이 나니까 당연히 (기부 여부가) 고민이 된다”며 “기부를 많이 할수록 종전보다 손해를 보게 돼 있는데 누가 기부하려 하겠느냐”고 지적한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부금 세제 변경은 이처럼 기부 시장에 찬바람을 몰고 왔다. 지난해만 해도 기부자 대부분은 세제 변화를 실감하지 못했다. 그러다 연말정산에서 세금 환급액이 반 토막 난 걸 확인하면서 기부 의욕이 꺾였다. 기부 위축 현상은 올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경우 고액기부자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기부금 세제 개선을 요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금 단체들은 지난해 세법 개정 때 반대했지만 반영되지 않았고 이번에 다시 나선 것이다.

국내 개인기부는 1999년 8500억원에서 2013년 7조8000억원으로 8.2배 성장했다. 정부도 기부를 장려하기 위해 세금 공제 혜택을 죽 늘려오다 지난해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로 바꾸면서 탈이 난 것이다.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로선 세수가 조금 늘어날 수 있겠지만 기부액은 확 줄어들게 된다”며 “세법 개정은 세금을 더 걷기 위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뀐 세법은 고액 기부에는 직격탄이다. 종합소득이 5억원인 사람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하면 지난해 초 연말정산에서 3800만원을 환급받았으나 올해는 2200만원밖에 돌려받지 못한다. 중산층(연 소득 4601만~8800만원)도 마찬가지다. 연봉 7000만원 직장인이 대한적십자사에 350만원을 기부하면 세금 환급액이 84만원에서 52만5000원으로 줄어든다. 종전에는 기부금의 24%를 환급 받았으나 세법 개정으로 15%로 줄었기 때문이다.

공동모금회는 15%인 세액공제율을 소득세율에 맞춰 24%(연 소득 4601만~8800만원)로 올리자고 제안한다. 대신 1000만원 초과분이나 3000만원 초과분부터는 38%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38%는 소득이 1억5000만원 초과하는 사람의 소득세율에 맞췄다. 연세대 강 교수는 “모금회의 제안대로 하면 종전과 비슷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세액공제 방식은 한국 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 확산 분위기에도 역행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연 1000만원 이상 고액 기부자는 2013년 1500명이다. 인원으로는 전체 기부자의 0.2%에 불과하지만 금액은 39%에 이른다. 이 돈으로 정부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이 때문에 선진국은 한국보다 훨씬 높게 기부금 지원을 한다. 프랑스는 기부금액의 66~75%를 세액 공제한다. 미국·일본·영국·독일 등은 세액공제가 아니라 소득공제 방식을 유지한다.

이에 비해 세액 공제를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다른 공제보다 기부금 공제는 혜택이 더 높다. 현재 복지 재정 부족 사태에서 보듯 국가의 재원 부족 해결이 더 급하다”며 “기부자에게 세금 공제보다는 사회적 존경 같은 비금전적 혜택을 주는 게 옳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득공제 방식은 고소득자에게 혜택이 가는 측면이 있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정종훈 기자

출처 : http://joongang.joins.com/article/aid/2015/02/13/16723076.html?cloc=olink|article|defau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