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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어린이 재활 병원, 독일은 천국

 어린이 재활 병원, 독일은 천국

2015-02-14

 <앵커 멘트>

자폐 같은 발달 장애로 재활 치료가 필요한 장애 어린이가 우리나라에 백 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하죠?

네, 그런데 장애 어린이 재활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어린이 재활병원은 우리나라에 단 1곳 밖에 없다고 합니다.

민간 기부로 내년에 두 번째 병원이 서울에 생깁니다.

반면에 독일은 140개나 됩니다.

단순 비교는 곤란하지만 차이가 너무 납니다.

독일이 이렇게 어린이 재활치료에 공을 들이는 것은 미리 치료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이 더 적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독일에서 장애 어린이 재활 치료를 위한 모든 비용은 개인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독일 어린이 재활병원,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이정은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눈 덮인 알프스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독일 남부의 작은 도시 무르나우.

하얗게 옷을 갈아입은 울창한 숲 사이로 동화책에서나 본 듯한 예쁜 건물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그런데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전혀 색다른 광경이 펼쳐집니다.

올해 7살인 소피가 친구들과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수영을 배우는 건지, 마냥 놀고 있는 건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인데요.

사실은 굉장히 정교한 수중치료를 받는 중입니다.

<인터뷰> 볼트(스포츠 치료사) : “보통 물 밖에서보다 물 속에서 움직이는 게 쉽다 보니 아이들도 이 시간을 좋아합니다. 이런 수중치료는 장애 어린이들의 운동 기능을 활성화하는데 효과가 큽니다.”

소피는 두 살 때 발달장애 진단을 받고 동네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다 3주 전 이곳으로 왔습니다.

함께 물놀이하고 있는 다른 친구들도 척추장애나 자폐 같은 비교적 중증의 장애가 있습니다.

<인터뷰> 안케(소피 엄마) : “집에서도 (동네 병원에 다니며) 언어치료나 물리치료를 해왔지만 여기서는 훨씬 종합적인 치료가 이뤄져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진료실로 이어지는 복도에는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나 장식물이 여기저기 걸려 있습니다.

자신이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친구들과 함께 감상하는 것 역시 치료의 일부라고 합니다.

놀이가 치료가 되고, 치료가 또다시 놀이가 되는 이곳은 장애 어린이를 위한 전문 재활병원입니다.

이 병원의 아동 신경과 전문의 슈테판 씨.

슈테판 씨는 의사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일부러 흰 가운도 입지 않습니다.

진료실을 찾아온 부모와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무릎을 굽혀 아이와 눈을 맞춥니다.

독일이 장애 어린이 재활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건 어릴수록 치료 효과가 좋기 때문입니다.

한참 배워야 할 시기를 장애 때문에 놓친다면 후에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인터뷰> 슈테판(아동 신경 전문의) : “장애가 있어도 어렸을 때 제대로 치료를 받고 계속해서 병원을 다니면 성인이 돼서도 건강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 어린이 재활은 단순히 치료에서 끝나지 않고 학교 교육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이 병원 안에도 이처럼 학교가 있는데요.

장애에 따라 다양한 맞춤식 수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교실 안에서는 또래보다 표현이 서툴거나 발음이 부정확한 아이들을 위한 언어 수업이 한창입니다.

아이들이 퇴원한 뒤 일반 학교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치료와 수업의 경계를 허문 겁니다.

<인터뷰> 로이체(언어 치료사) : “또래 속에서 의사를 표현하면서 서로 배우기도 하고 상대를 이해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감도 얻게 되고요.”

세밀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엔 1대 1 수업으로 이어집니다.

또래에 비해 유난히 말수가 적었던 파울리에는 동네 병원에서 전문적인 언어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이곳으로 왔습니다.

병명은 발달적 언어장애, 아동 열 명 가운데 한 명에서 관찰되는 비교적 흔한 증상이지만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또래 관계나 사회성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인터뷰> 미하엘라(파울리에 엄마) : “여기서 다른 아이들도 자신이랑 비슷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걸 보면서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아요.”

하지만 파울리에의 집은 병원에서 6백km나 떨어져 있습니다.

덕분에 엄마도 한 달 째 병원에 딸린 숙소에서 지내고 있는데요.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부담될 만도 하지만 이곳의 사정은 다릅니다.

<인터뷰> 미하엘라 수트르터(파울리에 엄마) : “독일 연금회사에서 치료비를 지급하고 있어요. 저는 1원 한 푼도 낼 필요가 없어요. 집에서 병원까지 왕복 교통비까지 보험회사에서 내줍니다.”

독일에서는 장애 어린이의 재활 치료를 위한 모든 비용을 의료보험과 주 정부에서 부담합니다.

독일인은 소득의 40% 정도를 세금으로 내고 있는데요.

이런 세금으로 지원되는만큼 무조건 공짜라고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독일인들은 재활 치료를 받은 어린이들이 커서 독립적으로 일하고 제 몫의 세금을 내게 된다면 이보다 수익성이 높은 투자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합니다.

<인터뷰> 빈프리트 카르그(병원 재단 홍보담당) : “(재활치료를 받은 장애 어린이들이) 40, 50대가 되면 연금과 의료보험을 직접 낼 것입니다. 그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그 세금으로 또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게 되겠죠.”

병원에서 장애 어린이의 재활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부모에 대한 교육입니다.

아이가 8살 미만인 부모들은 무조건 이곳에서 아이와 함께 지내며 집에 돌아가서도 재활 치료가 이어질 수 있게 교육을 받습니다.

무엇보다 아이의 장애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지 않도록, 장애아이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품고 있을 ‘마음의 병’도 함께 치유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마티아스(장애아동 부모) : “비슷한 장애를 가진 부모들이 함께 지내면서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이해해주니까 마음이 편해요.”

독일에는 이런 어린이 재활병원이 140곳이나 있습니다.

대개 2차 세계대전 직후 심하게 다쳤거나 고아가 된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들이 병원으로 탈바꿈한 겁니다.

처음엔 주로 선천적인 장애의 재활을 돕는데 그쳤지만 최근에는 언어장애나 비만, 학습장애 같은 현대 질환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학업 스트레스에 지친 아이들도 이곳을 찾는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알렉산드라(학생) : “여기서는 더 많은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고 흥미로운 수업이 많아서 학교보다 훨씬 좋아요.”

장애가 차별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와 존중 속에 독일의 장애 어린이들은 더 큰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정은 기자 mulan8@kbs.co.kr

출처 : http://news.kbs.co.kr/news/NewsView.do?SEARCH_NEWS_CODE=3020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