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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스타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이 희귀병 아이에게 溫情 전합니다

[더 나은 미래] 스타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이 희귀병 아이에게 溫情 전합니다

2015-03-10

스타 팬클럽의 기부활동 확산
기부금 조성부터 숲 건립까지 다양한 활동
지드래곤 팬은 소모임 만들어 콘서트마다 기부
김재중 팬은 저소득층 학생 위한 장학금 조성

“매년 생일에 소위 ‘선물 조공’을 하는 게 고작이었어요. 슬슬 회의감이 들었죠. 팬들의 마음을 더 특별하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지드래곤'(본명 권지용·27·가수 겸 작곡가) 팬 사이트 ‘권지용 서포터즈’의 회원 이지은(가명·31)씨의 말이다. 이 팬 사이트는 2008년 ‘모데라토’라는 기부·나눔 전문 소모임을 만들었다. 초기엔 운영자 10명이 해외 아동 한두 명과 정기결연을 맺는 식이었지만 활동은 금세 확산됐다. “콘서트 때 수만 명의 팬들이 모이는데, 그들과도 함께하고 싶었죠.” 모데라토는 직접 모금 부스와 현수막 등을 제작해 콘서트를 찾는 관객들을 만났다. 첫해는 쌀 기부, 이듬해엔 ‘천원의 기적’이라는 모금 행사를 펼쳤다. “눈이 추적추적 오는데 모금 부스에 사람들 발길이 끊이질 않았어요. 좋아하는 연예인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지만, 다른 것도 함께 할 수 있겠다 싶었죠.” 가수 권지용씨는 난치병 환아에게 매달 100만원씩을 기부하고 있던 팬클럽 모데라토의 소식을 듣고 그 환아에게 5000만원의 치료비를 쾌척했다.

현재 모데라토는 150명의 팬들과 함께한다. 평균 400~500만원 정도의 후원금을 모으는 콘서트 관객 모금행사를 13번이나 진행했고, 희귀병 환아(서울대어린이병원), 저소득층 중학생(한국장학재단), 해외아동(한국컴패션) 등에 대한 정기후원도 벌써 5년째다. 지금까지 스타의 이름으로 기부한 금액은 총 1억5700만원에 이른다. 이들과 수년간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푸르메재단의 백해림 모금사업팀장은 “단순히 ‘기부하고 싶다’며 오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재미있는 것들을 직접 기획하고 다른 팬들과의 연결고리도 만들며 마치 모금활동가처럼 일한다”고 했다. 회원들의 후원금을 정산하고, 사용한 금액을 꼼꼼히 보고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매년 연말엔 ‘후원의 밤’을 통해 내년 활동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도 한다.

▲ 2011년부터 기아 대책 홍보대사로 활동해 온 배우 박신혜와 팬클럽 ‘별빛천사’는 2013년 11월에 아프리카 가나의 아동들을 위한 교육센터와 식비를 지원하는 ‘별빛천사 마을’ 1호를 완공했다. / 기아대책 제공

◇’선심’쓰는 ‘팬심’, 나눔 선봉에 선 팬클럽

스타를 향한 팬들의 열정이 나눔으로 번진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쌀 화환’은 이제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하지만 최근 팬클럽의 나눔 활동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화하고 있다. 스타의 기념일을 맞아 기부하는 등 일회성 이벤트를 펼치던 형태에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점에서 직접 캠페인을 기획·실행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JYJ 멤버 김재중(29)씨의 팬 사이트 ‘까칠한 히어로즈 누나들’이 진행하고 있는 ‘부메랑 장학금’도 그 중 하나다. 부메랑 장학금은 저소득층 고교생의 학비를 지원하는 활동으로, 김재중씨가 한 행사에서 ‘나눔은 부메랑’이라고 말한 것에 착안했다. 이를 통해 4년간 조성한 장학금이 9000만원이나 된다.

팬 사이트 회원 이미림(여·43)씨는 “80% 이상이 직장인들로 구성된 팬클럽이다 보니 항상 사회참여에 대한 요구가 강했다”며 “처음에는 NGO에서 아동 몇 명을 후원하고 기부증서를 (스타에게) 선물했는데, 김재중씨가 굉장히 좋아하고 독려해준 덕분에 활동이 확대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팬클럽에선 팬들이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모으고, 회원들이 물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형식으로 연간 정기 장학금(1000만원)을 조성,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기부한다.

지난해에는 세월호 사건 피해자 주거비 지원금으로 750만원을 모았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진행하는 ‘베이비박스 캠페인’에도 1000만원을 후원했다. 5년차에 불과한 팬클럽답지 않게 유대와 신뢰가 굳건한 것도 함께했던 나눔 덕분이다.

◇기금조성부터, 복지시설 건립까지… 팬클럽,’펀드레이저’로 나서다

스타 팬클럽의 활동은 단순 기부금 조성부터, 도서관이나 학교, 숲 건립까지 다양하다.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장애인 재활시설 ‘교남 소망의집’에는 특별한 도서관이 있다. 33㎡(10평) 남짓한 공간에 각종 도서는 물론 컴퓨터·TV·홈시어터·피아노 등이 구비돼 있는 곳. 2011년 완공된 이 도서관은 가수 존박(본명 박성규·27)씨의 팬클럽이 만든 것으로, 평소 존박씨가 봉사활동을 다니던 기관에 선물한 팬들의 마음이다.

이동용 교남 소망의집 행정관리팀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팬클럽 회원들의 아이디어와 기부로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했다. 팬들은 지금까지도 철마다 도서관에 후원물품을 보낸다. 지난해 9월 전라도 섬마을(전남 신안군 흑산도)에도 비슷한 도서관이 들어섰다. 가수 겸 연기자 박유천(29)씨의 팬클럽 ‘블레싱 유천’이 건립한 것으로, 2010년 첫 번째 도서관에 이어 지어진 ‘박유천 도서관’ 2호점이다.

가수 비의 팬카페 ‘비나무’ 회원들은 말라위·탄자니아·차드·케냐·에티오피아 등 빈곤국가 아동 16명과 결연을 맺고 올해로 4년째 굿네이버스 정기후원을 진행했다. 기아대책 홍보대사인 배우 박신혜(26)씨는 팬클럽 ‘별빛천사’와 함께 2013년 11월 아프리카 가나 아동을 위한 교육센터인 ‘신혜 센터’를 완공했고, 팬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기부금을 모아 ‘별빛천사 마을'(아프리카 주민 자립 마을)을 만들어 가고 있다.

◇팬클럽 활동에 연예인도 동참… 모두의 기부성숙도 ‘훌쩍’

팬들의 나눔 활동은 스타 연예인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야구선수 나성범(26·NC다이노스)의 경우 안타 하나를 칠 때 팬들이 1000원씩 모아 푸르메재단에 기부했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나 선수가 직접 재단에 찾아와 이에 동참했다고 한다. 배우 장근석(28)씨는 팬클럽 ‘크리제이’가 그의 생일(9월 26일)을 맞아 사회복지법인 ‘남산원’에 926만원을 기부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똑같이 926만원을 얹으며 동참하기도 했다(크리제이는 지난해 9월 팬클럽 사상 최초로 보건복지부 주최 ‘나눔국민대상’에서 수상했다).

이는 스타와 팬클럽 양측의 기부성숙도를 높이는 계기가 된다. 2013년부터 스타의 팬클럽과 함께 숲 조성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지금까지 국내외 40여 개 ‘스타숲’을 만든 사회적기업 ‘트리플래닛’의 김형수 대표는 “팬클럽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단순한 홍보 효과가 아니라 정말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진정성이 느껴질 때가 많다”면서 “스타를 위해 공익활동에 나서는 것이 새로운 팬클럽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태욱 더나은미래 기자, 강미애 더나은미래 기자, 김은지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3/09/201503090239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