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희망 나눔'

[열정무대] 탁용준 화백


 


하루도 쉼 없이 이젤 앞에 앉는 탁용준 화백. 손으로 붓조차 잡을 수 없지만, 그림을 그리는데 막힘이 없습니다. 손목에 묶인 붓끝에서 새가 날고, 꽃이 핍니다. 영감이 끊임없이 샘솟아 1년에 100여 점이 넘는 그림을 쏟아냅니다. 그리고 그 그림은 누군가에게 희망을 선물합니다.


화폭 가득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내는 탁용준 화백
화폭 가득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내는 탁용준 화백

‘1만 시간’의 투자


그림을 마주하는 순간 마치 동화 속 세상에 온 듯합니다. 파란 하늘을 나는 어린왕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자 탁용준 화백이 작품 소개에 나섭니다. “어린왕자는 저예요. 현실에서 못하는 걸 저는 그림 속에서 다 하고 다녀요.(웃음) 몸이야 땅에 붙어 있으면 어때요. 마음만은 늘 하늘을 날아다니는데…….”


동화책을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그린 '내 마음은 어린왕자가 되어 1'
동화책을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그린 '내 마음은 어린왕자가 되어 1'

탁용준 화백은 다이빙 사고로 전신마비 중증장애인이 됐습니다. 당시 나이 스물아홉 살, 결혼한 지 8개월 된 예비 아빠였습니다. 평생 누워 지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절망했지만, 곧 태어날 아이를 생각하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할 수 있는 일이 세 가지 떠오르더라고요. 화가, 작가, 선생님! 어릴 때 그림을 잘 그렸던 기억이 있어 그림을 선택했어요.”


손을 쓸 수 없으니, 붓을 움직이는 연습부터 해야 했습니다. 손목에 붓을 고정시키고,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어깨근육을 이용했습니다. “지금은 몇 번의 붓 터치만으로도 직선을 정확하게 그려내지만 처음에는 선 긋는 것조차 힘들었어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죠. 1만 시간의 투자를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데 마니아급이 되려면 그 정도 시간은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손목에 붓을 고정시키고 그림을 그리는 탁용준 화백
손목에 붓을 고정시키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탁용준 화백

‘추억’을 그리는 작가


2000년부터 지금까지 19회의 개인전을 열고, 250회가 넘는 그룹전에 참여한 탁용준 화백. 많은 작업량이 그의 창작 열정을 잘 보여줍니다. “매일 작업실로 출근해서 여섯 시간 씩 그림을 그려요. 장애가 있다 보니 몸이 좋지 않은 날도 종종 있는데 이상하게 작업실에 가면 아프지가 않아요. 그림 그릴 땐 모든 걸 다 잊어버리죠.”


어머니와의 추억을 그린 ‘사랑’
어머니와의 추억을 그린 ‘사랑’

어머니가 불러주던 자장가, 친구들과 함께 보던 봄꽃, 어린 시절 감명 깊게 읽은 동화. 추억은 모두 그림의 소재가 됩니다. “어린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가 비행기 조종사였잖아요. 2차 세계대전 때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 했는데, 기적적으로 구출됐어요. 사람이 견딜 수 있는 72시간보다 훨씬 오래 버틸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데, 옛 추억을 회상하며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고 해요. 저도 비슷해요. 다치고 나서 추억을 화폭에 담으며 마음의 평안을 찾았어요.”


최근에는 ‘사랑’에 대한 추억을 녹여낸 그림들을 한데 모아 책으로 펴냈습니다.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니 받은 사랑이 너무나 큽니다. 그 소중한 사랑을 되새기며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받은 사랑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어요.” 마음의 표현이라는 그림. 그래서인지 탁용준 화백의 작품을 보다보면 마음은 어느새 따스함으로 물듭니다.


유년시절의 추억을 그린 ‘봄날의 추억’
유년시절의 추억을 그린 ‘봄날의 추억’

그림에 깃든 ‘위로’


탁용준 화백의 꿈은 그림으로 희망을 전하는것. 다치고 나서부터는 장애인에게 특히 마음이 쓰입니다. 그래서 지난해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그림을 기부했습니다. “병원을 찾는 장애어린이들이 잠시나마 그림세계에 빠져 행복하길 바라요.”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사랑의 손길이 닿길 기도하며 그린 ‘주의 인도’를 비롯한 그림 5점. 장애어린이들을 생각하며 신중하게 골랐다고 아내 황혜경 씨가 귀띔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해야 한다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더라고요. 남편의 마음이 아이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부부의 바람대로 그림은 병원 임상심리실과 치과 로비에 걸려 장애어린이와 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해줍니다.


탁용준 화백은 ‘장애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란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자랑이 될 수 있는, 축복이 될 수 있는 화가가 되는 게 삶의 목표에요. 그 목표를 위해서 앞으로 더 노력할겁니다. (웃음)”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기부한 작품 앞에서 미소 짓고 있는 탁용준 화백

*글= 김금주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김금주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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