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네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 "무릎 수술…나아서 피아노 연주할래요"

네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 "무릎 수술…나아서 피아노 연주할래요"

2017-04-20

장애 이겨낸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최근 무릎 염증 재발로 수술 받아
외면 받는 복지 정책에 속상함도
"피아노로 세상에 힘 보태고 싶어요"

피아니스트 이희아(사진=이데일리DB).
피아니스트 이희아(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여러 도시를 돌면서 피아노 연주로 관객과 만나는 것이 가장 즐겁고 행복해요.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개선시키고 몰랐던 도시의 역사도 배울 수 있으니까요. 빨리 무릎이 나아서 다시 무대에 서고 싶어요.”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으로 알려진 이희아(32) 피아니스트는 지난달 초 수술을 받았다. 무릎에 염증이 재발했기 때문이다. 수술은 잘돼 현재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희아는 “피아노 페달을 밟는 무릎이 아파서 연주를 잠시 쉬고 있다”며 “얼른 건강 상태가 나아져서 다시 피아노 앞에 앉고 싶다”고 말했다.

이희아는 선천성 사지기형 1급 장애인으로 태어날 때부터 양손에 손가락이 두 개뿐이었다. 손에 힘이 없어서 재활을 위해 6세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처음 피아노를 배울 땐 건반 소리를 내는 데만 3개월이 걸렸다. 모두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루에 10시간씩 연습하는 부단한 노력 끝에 1993년 전국 장애인예술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피아니스트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이희아는 “처음 사람들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할 때만 해도 장애인에 대한 일반인의 시선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장애인도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또한 “피아노 연주로 많은 사람과 만나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점점 달라져가는 것을 느꼈다. 지금은 피아노를 하길 참 잘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엔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희아는 “그동안 장애인도 차별받지 않고 이 나라의 당당한 주인이라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복지 정책이 외면 받는 것 같아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장애 어린이를 위한 재활시설이 부족한 현실에 아쉬움이 크다. 이희아는 “하나뿐인 어린이재활병원인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이 재정적으로 어렵다고 들었다”며 “빨리 나아서 병원과 아이들을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다”고 했다.

요즘 취미는 드라마 시청이다. 현재 방영 중인 MBC 월화극 ‘역적: 백성을 훔친 도둑’(이하 ‘역적’)과 최근 종영한 KBS2 수목극 ‘김과장’을 인상 깊게 본 드라마로 꼽았다. 이희아는 “한국의 지금 상황을 잘 보여주는 드라마라 재미있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 대한 관심도 나타냈다. 몸이 불편해 집회 현장에 나오지는 못했지만 인터넷 방송으로 보면서 마음만이라도 함께하려 했다.

이희아는 피아노 연주로 국내외의 많은 청중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1999년 장애 극복 대통령상, 2000년 신지식인 청소년상·문화예술인상 등을 받았다. 최근에는 ‘제3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에서 ‘장애인예술가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희아는 “‘이데일리 문화대상’에서 ‘문화로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평을 들은 게 기억에 남는다”며 “피아노 연주로 힘든 세상을 이겨내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국민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다. 이희아가 바라는 것은 장애인과 약자 모두 차별받지 않고 따뜻한 관심을 받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이희아는 “모든 국민이 400만여 명의 장애인를 따뜻하게 사랑해주면 좋겠다”며 “지금 나의 소망은 생명을 사랑하는 나라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호 기자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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