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기부라면 밤새워 이야기해도 모자라… 두 남자의 나눔 스토리

 '기부'라면 밤새워 이야기해도 모자라… 두 남자의 '나눔' 스토리

2016-05-10

더나은미래 창간 6주년 기념 '다시 만나고 싶은 나눔人' 인터뷰
일반 부문 1위 김종기 청예단 명예이사장
셀러브리티 부문 1위가수 션

독일 소설가 한스 카로사(Hans Caro ssa·1878~1956)는 인생을 '만남의 연속'이라고 했습니다. 비록 지면을 통해서지만 더나은미래 독자들에게도 잊지 못할 만남의 순간이 있었습니다. 더나은미래는 창간 6주년을 기념해 독자 932명이 직접 뽑은 '다시 만나고 싶은 나눔人'을 인터뷰했습니다. 김종기 청예단 명예이사장(37.16%·346표, 일반 부문), 가수 션(32.22%·300표, 셀러브리티 부문)이 그 주인공입니다. 페이스북과 설문조사를 통해 접수된 독자들의 질문을 들고 이들을 찾아갔습니다.

편집자

일반 부문 1위 김종기 청예단 명예이사장(왼쪽) / 셀러브리티 부문 1위가수 션

◇김종기 청예단 명예이사장

―더나은미래 독자가 뽑은 '다시 만나고 싶은 나눔人'에 선정됐다.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아들의 자살이라는 고통을 겪고 만든 것이 청예단이다. 죄책감에 모든 것을 놓아버릴 수도 있었지만, 그 대신 학교 폭력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내 십자가였기 때문이다. 처음 서너 명이 책상 한 개 두고 시작했던 청예단이지만 지금은 330명의 직원이 학교 폭력 근절을 위해 함께 뛰고 있다. 정부에서도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는 일인데, 20년 넘게 학교 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왔다는 것을 좋게 봐주신 듯하다."

―더나은미래와 만나고 1년의 시간이 흘렀다.<2015년 2월 10일 더나은미래 D8면> 그간 청예단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오랜 기간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 뛰다 보니 아이들의 인성에 주목하게 됐다. 청예단은 국방부와 협약을 맺고, 미래의 아버지인 군인에게 이해와 배려를 가르치는 인성 교육 프로젝트를 실시하기로 했다. 대대별로 2박3일간 청예단의 인성 교육 전문가를 투입한다. 하반기에는 강북 삼성병원을 시작으로 'FC(Family Centered) LIFE'를 실시한다. 가정 내 갈등을 이해하고, 구성원이 서로 건강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가족 중심 프로그램이다."

―이제 그만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때도 됐는데, 아직도 현장을 뛰는 이유가 무엇인가.

 "내가 하는 일은 서류에 사인을 하거나 돈을 결제하는 게 아니다. 청예단 활동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만나 설득하고, 단체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일이다. 우리 직원들이 밤낮없이 일하고 있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또 아직 나를 보고 청예단에 후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후원자들을 위해서라도 청예단의 색을 잃지 않기 위해 달리고 있다."

―김종기 이사장이 그리는 '더 나은 미래'란 무엇인지 궁금하다.

 "요즘 아이들은 태어난 가정환경에 따라 자신을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로 표현한다. 경제적인 결핍이 아이들의 가능성을 꺾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또 권력과 힘을 가진 리더가 모범적이고 참된 삶을 사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개인 재산(서초동 소재 지상7층, 지하2층 건물)을 청예단에 유증 기부한 기부자이기도 하다. 현명한 나눔을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설립의 진정성, 둘째, 활동의 전문성, 셋째, 조직의 신뢰성이다. 단체의 배경과 지금까지 이어져온 역사를 살펴보면 진정성을 파악할 수 있다. 그동안의 성과를 정성적, 정량적 측면에서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또 단체의 도움을 받은 사람, 단체에 도움을 준 사람의 실제 사례를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 안에서 어떤 기준을 발견했다면 후회 없는 기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수 션

―8개월 전 더나은미래 인터뷰에서 '기부에 관해서라면 밤새워 이야기할 수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2015년 9월 8일 D2면〉 그 이후 어떤 나눔을 이어왔는지 궁금하다.

 "지난 28일 국내 최초의 통합형 어린이 재활병원인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오픈했다. 어린이 재활병원 건축 기금 마련을 위해 2013년부터 매일 새벽 후원자가 낸 기부금 1만원당 1㎞씩, 총 3만㎞를 뛰었다. 우리 부부가 기부한 6억원을 비롯해 많은 분의 따뜻한 나눔이 이어졌다. 개원식 날 가슴이 뭉클하더라. 지난 3월엔 루게릭 병원 건립을 위해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본떠 '팔굽혀펴기 1만개 챌린지'도 진행했다. 팔굽혀펴기 1회당 1000원이 기부되는 챌린지인데, 나부터 일주일간 1만개를 하고 1000만원을 기부했다. 지금까지 루게릭 병원 건립을 위한 약 60억원 중 절반가량이 모였다."

―YG엔터테인먼트에서 션을 본받아 나눔에 가장 적극적인 가수는 누구인가.

 "연탄봉사·고아원·홀트아동복지회 등 봉사하러 갈 때 YG 소속 가수들에게 '혹시 시간 있으면 같이 갈래?' 하고 문자를 보내는데, 악동뮤지션과 산다라박이 가장 열심히 따라온다. 기부를 가장 많이 한 친구는 지용(지드래곤)이다. 현석이 형(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사장)도 10억원을 기부해 무주YG재단을 만들었다. 무주YG재단 실무자들이 '어떤 곳에 어떻게 기부하면 좋겠느냐'고 조언을 구하면 내가 아는 선에서 이야기를 해드리곤 한다. 최근엔 K팝이 나눔을 확산하고 있단 걸 깨달았다. YG 소속 가수들의 기부 소식을 들은 팬들이 멕시코, 필리핀, 러시아 등 전 세계에서 기부금을 보내오고 있다."

―혹시 아내 정혜영씨와 기부를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 고민했던 사례가 있는가.

 "정기후원 아동 수를 800명에서 900명으로 늘릴 때였다. 아동 1명당 정기후원금이 월 5만원이니, 결연아동을 100명 늘리면 매달 500만원씩 기부를 더 하게 되는 셈이다. 언제까지 이만큼 계속 벌 수 있을지 모르니 아내도 걱정을 하긴 했지만, 지금은 둘 다 참 잘한 결정이라며 행복해하고 있다."

―저금통에 10만원을 모아 기부하려 하는데, 금액이 적어 부끄럽더라. 어디에 어떻게 기부하면 좋을까.

 "100원을 나누지 못한 사람은 결코 100만원을 나눌 수 없다. 나 역시 평생 1만원씩 매일 나누자는 결단으로 기부를 시작했다. 나눔에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그 안에 담긴 마음이 중요하다. 나누려는 마음이 세상을 따뜻하게 바꾸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더나은미래' 독자 여러분들도 나눔은 즐겁고 행복한 것이란 걸 알게 되길 바란다."

정유진·권보람 더나은미래 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5/09/201605090198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