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K리그 자선왕 이근호, "축구로 받은 사랑 축구로 돌려주고파"

K리그 '자선왕' 이근호, "축구로 받은 사랑 축구로 돌려주고파"

 

2016-08-29

"자선왕 타이틀이요? 나쁘진 않네요, 하하."

무더위가 물러간 여름의 끝무렵. 28일 경기도 남양주시의 남양주종합운동장에 '태양의 아들' 이근호(30·제주)가 나타나자 곳곳에서 아이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이근호 유소년자선축구대회' 참가를 위해 유니폼을 맞춰 입은 아이들은 이근호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선망의 눈길을 보냈다. 바지를 잡아당기며 사인을 해달라는 아이도 있었다. 학부모들 역시 너나할 것 없이 핸드폰 카메라를 켜고 이근호 주위로 몰려들었다. 이곳에서 이근호는 뽀로로도 능가하는 '축통령(축구대통령)'이었다.

이근호의 이름을 딴 이번 유소년자선축구대회는 유치부부터 초등학교 4학년까지 전국에서 총 57개 팀 600여명 이상의 유소년 축구선수들이 한데 모여 기량을 겨루는 특별한 기회였다. 강풍이 몰아치는 가운데서도 열심히 공을 차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이근호의 눈에도 따스함이 어렸다.

사실 현역 선수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자선축구대회를 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소속팀의 일정과 재정적인 부분 등 의욕은 있어도 직접 실천하기까지 수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근호 역시 에이전트인 DH 스포츠의 김동호 대표와 둘이 머리를 맞대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 잘 풀릴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지난해부터 얘기를 해오다 올해 처음 시작했는데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고 불안하기도 했다"고 말문을 연 이근호는 "사실 내가 준비했다기보다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개최할 수 있었다"며 겸손한 미소를 지었다.

행사가 열린 남양주시뿐 아니라 이근호가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푸르메재단과 축구사랑나눔재단, 그리고 후원 계약을 맺고 있는 미즈노 등 8개사가 이번 축구대회에 힘을 보탰다. 이처럼 주변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이근호를 돕는데는 이유가 있다. 이근호 본인이 그동안 기부를 통해 몸소 자선을 실천해 온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근호는 미즈노와 후원 계약을 연장하며 얻게 된 수익금 전액을 축구 꿈나무를 위해 기부하고 가정 형편이 어려운 유소년 선수들 및 모교인 부평동중, 부평고에 축구 용품을 매년 해왔다. 뿐만 아니라 장애어린이를 위한 재활병원 건립, K리그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진 신영록(29) 후원 등 꾸준한 기부와 자선으로 'K리그 기부왕'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이근호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찬사에 손사래를 쳤다.

"자선왕, 기부왕 타이틀을 노리는 건 아니다.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다"고 웃은 그는 "축구로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축구로 돌려드리고 싶었고, 내가 선수 생활을 오래하면 할수록 (자선축구대회도) 오래할 수 있을 것 같다. 능력이 되는 한 꾸준히 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남양주=김희선 기자 kim.heeseon@joins.com

출처 : http://isplus.liv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0515777&clo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