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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장애치료에도 골든 타임…기부에 빠진 1타 강사

장애치료에도 ‘골든 타임’…기부에 빠진 ‘1타 강사’

[2016 당당한 부자]<6-1> 아이들의 가능성에 기부하는 전홍철 스카이에듀 강사

2016-12-02

전홍철 노량진 스카이에듀 강사/ 사진=김창현 기자

서울 노량진 스카이에듀 1타 영어강사. 장애아이들을 지키는 작은 거인. ‘미라클-아너’ 1호 영어강사.

전홍철 영어강사(41)를 설명하는 수식어들이다. ‘1타 강사’는 야구 1번 타자에서 따온 말로 인기가 많은 스타 강사를 뜻한다. 전 강사는 온라인 스타 강사로 8년 전 자신의 온라인 강의 수익금 전액을 기부한 후 지금까지 장애아들을 위한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누적 기부금액은 2억원.

전 강사는 “평생 혼자 밥도 먹지 못할 것이라는 뇌성마비 판정을 받은 아이가 스스로 팔을 움직여 밥을 먹게 되는 기적을 봤다”며 “아이들의 가능성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고자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아도 동등하게 자유로운 삶..미국서 깨달은 가능성=전 강사가 처음 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문학을 전공한 전 강사는 1996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책으로만 접한 미국을 직접 체험하고 싶어서였다.

가슴 뛰는 첫 등교 날. 버스를 기다리던 전 상사의 옆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 2명이 있었다. 처음엔 도와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버스가 오자 장애인들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자연스럽게 버스에 올라탔다. 휠체어를 올릴 수 있는 발판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끌며 느릿느릿 버스에 오르는 동안 누구도 재촉하거나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버스에 타는 장애인들을 쳐다보거나 신기해하는 사람도 없었다.

자폐를 앓는 동생이 있는 전 강사에겐 이 장면이 더 크게 다가왔다. 동생으로 인해 가족의 활동은 제약됐고 부모의 기대는 모두 전 강사에게 집중됐다. 사춘기를 박탈당했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 때까지만 해도 전 강사에게 장애아는 힘들고 버겁고 피하고만 싶은 존재였다.

전 강사는 “가족 중에 장애를 앓는 사람이 있으면 늘 위축되고 죄를 짓는 것 같아 마음대로 웃지도 못한다”며 “미국에서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생활하고 삶을 누리는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장애인의 삶을 지원하는 인프라 구축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20만원으로 아이 눈을 살릴 수 있다..첫 기부 결심=전 강사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사태로 1998년에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이후 10년 뒤 전 강사는 다시 한 번 장애와 관련한 충격적인 상황을 목격했다. 수술비 20여만원이 모자라 아이가 실명될 위기에 처한 어머니를 마주한 것.

한국으로 돌아와 과외를 하던 전 강사는 의사로 성장한 첫 제자를 만나러 2008년 봄 서울대학교 병원을 찾았다. 당시 병원에는 3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병원 관계자들을 붙잡고 울며 떼를 쓰고 있었다. 아이의 눈 수술비를 구해올테니 수술부터 해달라고 조르는 것이었다. 아이의 눈은 빨리 수술 하지 않을 경우 실명할 위기였다. 수술비는 72만원. 그러나 아이의 어머니가 구해온 돈은 50만원이었다. 한 아이의 미래가 20만원 때문에 바뀔 처지에 놓여 있었다.

전 강사는 “부모의 경제력이 부족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한 아이의 잠재력이 꺾여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안타까웠다”며 “그 해 처음으로 기부를 결심하고 당시 온라인 강의 수익 1년치인 5000여만원을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기부했다”고 말했다.

전 강사는 2008년 이후 8년째 장애아를 위한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적기에 잘 치료하면 장애를 극복해낼 수 있는 가능성과 힘이 더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전 강사는 “장애 치료와 재활에도 ‘골든타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렸을 때 제대로 된 치료와 재활이 이뤄진다면 아이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질문하면 1만원 적립..아이들에게 전하는 ‘기부의 맛’=최근에는 푸르메재단이 진행하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1억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하루 500명, 1년에 15만명을 치료할 수 있는 장애인 재활병원이다. 국내 최초의 통합형 어린이 재활병원으로 기부자들의 기부금을 통해 건립돼 지난 4월28일 정식 개원했다.

이번 기부로 전 강사는 ‘미라클-아너’의 제1호 영어강사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미라클-아너’는 푸르메재단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공동으로 만든 고액기부자 모임이다. 양준혁 전 야구선수와 김중도 앙드레김 디자인 아뜨리에 대표 등도 ‘미라클-아너’ 회원이다.

그는 “장애아를 둔 어머니들은 아이의 치료와 재활을 위해 ‘병원 투어’를 나서는데 그마저도 어린이 전문병원이 적어 한 번 진료를 신청하면 1년 대기는 기본”이라며 “미래의 새싹과 같은 아이들의 치료와 재활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강사는 학원에서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기부의 맛’을 알리는데도 힘쓰고 있다. 강사라는 직업적 특성을 살린 기부다. 지난 봄 자신의 수업을 듣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부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그는 15일간 학생들의 질문 1개당 1만원을 적립해 2000여만원을 모아 푸르메재단에 기부했다. 전 강사는 이 같은 작은 활동이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기부에 대한 마음의 장벽도 낮춰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기부는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며 “한국 사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울려 생활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만큼 아이들에게 장애인의 존재에 대해 알려주고 기부라는 게 어렵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 강사는 학생들과 함께하는 기부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캠페인을 통해 적립한 기부금은 장애아들을 위해 쓰이도록 기부할 생각이다. 영어 공부를 희망하는 장애아들에게는 자신의 온라인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도록 해 직업적 차원의 재능기부도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더 높은 지위를 얻어 잘살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돈을 벌지만 이러한 수직적 시각뿐만 아니라 곁에 누가 있는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는 수평적 시각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며 밝은 웃음을 지었다.

이해인 기자

출처 :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6110711335235910&outlin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