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앵벌이가 일이에요" 설립 8개월만에 30억 적자낸 병원

"앵벌이가 일이에요" 설립 8개월만에 30억 적자낸 병원

2017-02-13

민간 장애아동 재활병원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병원'
운영 8개월 만에 30억 적자 기록..기부금으로 손실 충당
장애아동병원 일본 202개소, 한국은 넥슨병원 한 곳뿐
"장애아동 조기치료 회복 빨라…사회 생산성 높이는 길"

`앵벌이가 일이에요` 설립 8개월만에 30억 적자낸 병원[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강지원 푸르메재단 이사장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의 세종마을푸르메센터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지난 8일 오후 1시 20분. 기자가 방문한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의 세종마을푸르메센터 4층에 있는 재단 이사장의 사무실에선 직원 2명이 회의를 하고 있었다. 3평 남짓한 이 방에는 회의용 테이블과 함께 이사장용 책상 정도만 있다. 손님맞이 소파도 없다. 인터뷰를 위해 이날 만난 강지원(68) 푸르메재단 이사장은 “우리 재단이 그런 재단이다.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준 돈으로 장애인 봉사를 하는 재단이어서 농담으로 스스로를 ‘앵벌이 재단’이라고 한다”며 웃었다.

지난해 4월 국내 첫 장애어린이 통합재활병원인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문을 열었다. 1만여 명의 시민과 500여 개 기업의 모금(430억원 가량)으로 이 병원이 세워지면서 많게는 100만명으로 추정되는 장애아동들이 전문적인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이 병원은 장애아동의 의료문제에 대해 우리사회가 해결책을 생각해볼 계기도 제공했다.

“장애 어린이가 행복하면 모두가 행복합니다”가 푸르메재단의 모토다. 장애 어린이에 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는 그 개인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 이사장은 역설했다. 이를 위해 시민들의 관심 그리고 국가의 책임의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애아동 치료 국가가 지원해야”

보건당국에 등록된 우리나라의 장애 어린이·청소년의 수는 10만 명 가량이다. 그러나 보건시민단체 등에선 30만 명 이상, 심지어 100만 명 이상으로 보기도 한다. 집이나 시설에 사실상 숨겨지거나 방치된 장애 아동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이들을 위한 전문병원은 국내에 전무했다. 장애아동을 위한 병원이 일본 202개, 독일 140개, 미국 40개지만 국내에는 이제 1곳이 생겼을 뿐이다. 장애아동의 재활치료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고 이에 인건비가 많이 들어 일반 병원에선 현재의 의료수가로는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도 마찬가지다. 이 병원은 운영 8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기준 약 30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강 이사장은 “처음부터 적자가 150% 예상되는 사업이었다”고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부로 적자를 보전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 (민간)모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앵벌이 재단이라고 한다”고 했다. 서울시에서 올해 약 10억원의 지원금을 받지만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은 없다. 법적인 지원근거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장애어린이 전문치료는 민간에서 일단 시작했지만 결국은 국가가 맡아야 한다는 게 강 이사장을 포함한 재단의 기본적 생각이다. 강 이사장은 “무상보육과 무상교육, 무상급식이 있는데 복지 우선순위에서 장애어린이들의 치료문제를 생각해보기를 권하고 싶다”며 “아동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만약 그 아동이 장애를 갖고 태어났거나 사후에 장애를 갖게 됐다면 국가 의료시스템이 지원해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재단은 현재 이 문제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등과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다만 정부에선 복지수요가 폭발하는 시점에서 장애어린이 치료문제를 여러 수요 중 하나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는 이 병원의 운영실례를 보여주며 ‘장애어린이지원특별법’ 제정 방안을 연구해 정부에 제안하려고 한다고 했다.

장애어린이 지원 법 제정까지 추진하는 데에는 확고한 이유가 있다. 강 이사장은 “장애아동은 조기 치료를 받으면 굉장히 회복력이 빠르다”고 강조했다. 재활치료를 제때 못 받아서 평생을 고통스럽게 사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장애가 있으면 눈이 발달해서 시각 디자인이나 미술에서 재능을 발휘할 소지가 있는데 제때 재활치료를 제공하면 이 재능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것은 우리 사회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장애아동에 대한 국가의 무상의료를 주장했다. “법률적 측면에선 짧은 시간에 장애인 인권이 획기적으로 발전했지만 예산지원의 측면에서 부족한 면이 있다”며 “이제는 개인이 아닌 국가가 책임지고 장애어린이들을 치료할 때가 됐다”고 했다.

◇“김영란법 피해업종 정부 지원 필요”

`앵벌이가 일이에요` 설립 8개월만에 30억 적자낸 병원그는 유아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0~3세’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주변 환경에서 스펀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이때 아이를 제대로 양육해야 올바른 성인으로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이사장은 남여가 평등하게 육아휴직을 강제해야 한다고 했다. 아이가 태어나서 1살 반까지는 어머니가 강제로 육아휴직을 하고, 이후부터 3살까지는 아버지가 강제 휴직을 하자는 주장이다. 너무 앞서나간 얘기로 느껴서인지 얘기를 하던 중 본인도 크게 웃었다.

“아이를 3살 때까지 잘 키워놓으면 평생 걱정이 없다고 합니다. 아버지도 육아에 참여해야 해요”
그는 검사시절부터 오랜기간 깊이 있게 비행청소년들에 대한 상담과 연구 등을 해온 대표적인 청소년 전문가다. 지금도 각종 강연 활동 등으로 분주하다. 그의 이름 앞에 ‘청소년 지킴이’란 수식어가 항상 붙어 다니는 이유다.그는 “청소년 범죄는 성인 범죄와 달리 독특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우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고 가해자에 대해선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관대한 처분 혹은 강경한 처벌 등 한쪽 방법이 아니라 개개인의 특성과 죄질 등을 섬세하게 고려해 최적의 개선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강 이사장은 지난 1989년 서울보호관찰소 소장으로 근무할 때 소년범들에 대해 눈 치우기와 청소 등 사회봉사 명령을 처음으로 도입한 얘기를 꺼냈다. 이것이 이후 1995년 문민정부가 ‘5.31 교육개혁’에서 중·고등학교에 자원봉사 제도를 도입하게 된 발단이라고 했다.

그는 “그 때 봉사라는 아이템을 택한 것은 그들을 소년원에 구금하는 것보다 더 좋다고 판단해서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타고난 ‘적성’을 잘 살펴야 한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적성은 첫째 하고 싶어하는 것, 둘째 잘 하는 것이다.

그는 “청소년에게 적성을 찾아주는 것은 엄청난 치유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적성을 찾으면 신바람이 나고 신바람이 나면 몰입을 하게 돼 다른 생각, 나쁜 짓을 할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생 2막·3막을 맞는 중년과 노년에도 적성찾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이 법을 제안한 김영란 서강대 석좌교수(전 대법관·전 국민권익위원장)는 그의 부인이다.

강 이사장은 먼저 “집에서 이 법안을 두고 아내와 정말 많이 상의했다”고 전했다.△청탁 자체에 대한 금지 △공직자의 금품수수 자체에 대한 금지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내용은 국회 논의과정에서 빠졌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경제침체 우려에 대해선 “피해 업종에 대해선 정부에서 지원책이나 전업지원 등 보완책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이를 소홀히 한 게 아쉽다”고 했다.

김영란법의 트레이드 마크로 가장 논란이 많은 ‘3·5·10’ 규정(식사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 이하)에 대해선 이 법의 시행령에 위임된 내용으로 정부가 만든 것임을 강조했다. “그런데 욕을 너무 많이 먹어서 우리끼리 오래 살겠다고 농담한다”고 웃었다.

강 이사장은 “김영란 전 대법관도 ‘과연 이 법이 통과될까’라는 생각을 갖고 시작을 했다”며 “이 법이 통과된 것은 여론의 힘으로서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영란법 자체는 잘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출처 :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G31&newsid=02509206615829864&DCD=A00703&OutLnkChk=Y